중동평화 '클린턴 묘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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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중동평화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캠프 데이비드는 1978년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이집트간 평화협정이 최초로 체결됐던 장소다.

◇ 전망〓회담에서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국경선 획정▶예루살렘 지위▶팔레스타인 난민 귀환문제▶유대인 정착촌 처리 등 현안이 논의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막 하루 전인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동평화가 전세계 평화문제들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 이라 지적하고 "충분한 지식.경험.용기를 지니고 있는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이 평화협정을 타결할 수 있을 것" 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회담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회담에 따르는 위험보다 회담을 추진하지 않는 대가가 훨씬 크다는 판단 때문에 참석했다" 고 분석했다.

그러나 회담전망은 밝지 않다. 팔레스타인은 이미 오는 9월 13일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역시 팔레스타인측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야당인 리쿠드당이 바라크에 대해 제출한 불신임안 표결은 찬성 54, 반대 52로 과반수(61표)를 넘지 못해 간신히 부결됐다.

이 때문에 바라크는 회담을 위해 출국하면서 "대가없는 평화는 없다" 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무엇보다 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확보한 영토의 전면반환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양측 입장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회담을 위한 회담' 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협상이 실패로 끝날 경우 벼랑끝의 평화를 유지해오던 이스라엘과 아랍세계는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세계의 화약고에 불이 댕겨진 형국인 것이다.

◇ 예루살렘 문제〓이번 협상에서 양측 견해가 가장 대립되고 있는 예루살렘은 유대인과 아랍인 공통의 성지다.

이 지역은 67년 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에 의해 합병된 이후 양국간 분쟁의 핵심이다.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의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에 이주한 유대인이 많다는 이유로 반환 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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