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아큐와 건달…'펴낸 윤길남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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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인 윤길남(46·중국 중앙미술학원 미술사학과 교수·사진)씨 이름을 사람들은 두 가지로 부른다. 중국인은 인지난으로, 한국인은 윤길남(尹吉男)으로 발음한다. 그 사연을 윤씨는 이렇게 털어놨다.

“우리 부모님의 고향은 각각 한국의 부산과 조선의 평양입니다. 나는 조선어를 할 줄 모르는 중국 조선족이죠.”

그는 자신이 중국미술과 문화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지니게 된 배경에 이런‘이방인’이란 현실적 처지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문화계에서 그의 글과 비평이 개성 넘치면서도 비판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안목으로 이념의 권위를 뒤집어 엎으려는 그의 의도에 특히 젊은 독자가 열렬히 반응한다는 것이다.

2002년 베이징에서 출판한 『후랑주의』의 우리말본인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임대근 옮김, 한길아트 펴냄)로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 그는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나의 딴죽걸기를 세심하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문(文)의 바다’가 ‘상(商)의 바다’가 된 상황이나 서양의 승인을 받으려 애쓰는 예술가의 노력이란 측면에서 중국 얘기가 한국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14일 오후 서울 홍익대 미대에서 ‘중국 당대 예술가들의 전통 문화자원에 대한 이용’을 주제로 강연도 한 윤 교수는 세계화의 강풍이 부는 지금 한국·중국·일본 동북아의 세 나라가 서로의 문화·예술적 차이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각 나라 내부에서 보이는 문화·예술적 풍부함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후랑주의』는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중국에 들어와 어떻게 ‘포스트마더리즘(post-motherism)’이 됐나를 살핀 글 모음입니다. 이런 와중에 1990년대 이후 떠오른 중국 미술가를 나는 ‘신생대’라 부릅니다. 문화계에 혁명을 일으키지 못하고 중국식으로 개량만 된 후랑주의는 상업적 숭배를 낳았고 ‘신생대’는 그 물결을 타고 번창했죠. ”

윤 교수는 앞으로 한국과 중국의 미술, 나아가 문화현상을 함께 연구하면서 전시회와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글=정재숙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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