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도전해 결국 재산을 탕진하고 인생도 망쳐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만 차라리 다른 투자자들에게 경종이라도 울리기 위해 실패담을 공개하게 됐습니다."
한번만 읽으면 벼락부자가 될 것 같은 주식투자 성공담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나처럼 투자하면 망합니다' 류의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식투자로 전재산을 날리고 단란했던 가정까지 깨질 지경에 이른 화제의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정병천(鄭柄天.42)씨. 은행 저축밖에 몰랐다던 그가 주식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8년 정부가 포항제철 주식을 국민주라는 이름으로 7주씩 배정하면서부터였다.
포철주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도성장의 혜택을 나눠 가지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鄭씨도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식은 사기만 하면 그저 오르는 줄 알았어요. 제가 처음 객장에 들어서던 89년 4월에는 종합주가지수가 1, 000포인트를 넘어설 때였습니다. 86년 10월만 해도 225포인트였으니 당연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았죠. "
그러나 그것이 鄭씨 시련의 시발이었다. 아파트 전세금 2천5백만원으로 주식을 샀을 때만 해도 1~2년만 고생하면 2층 양옥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증권사 직원이나 객장 손님의 말에 솔깃해 그들이 추천해 준 종목을 사면 이상하게도 떨어지기만 했다.
답답해 다른 종목으로 옮겨 타면 팔았던 주식은 그제서야 오르곤 했다. 남의 말에 솔깃해 '자기판단, 자기책임' 이라는 투자의 기본을 무시한 결과였다.
처음으로 산 상업은행에서 실패한 그는 극동건설.신풍제약.라이프주택 등 수없이 많은 종목을 매매했지만 늘어나는 것은 손실뿐이었다.
"경제신문에서 어떤 종목들이 1년에 3~4배, 심지어 10배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런 종목들이 조정도 받고 많은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사고 팔기 때문에 10%의 수익률도 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둘째로 꼽히는 실패요인은 추격매수. 삼성신탁증권의 경우 주당 5천원에 상장돼 2만6천9백50원까지 무려 5백39%가 상승했는데 여기서 추격매수에 나서 상투를 잡고 결국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날렸다는 것이다.
원금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 를 했지만 손실만 더욱 커졌다.
지난해 11월 15일 그는 현대전자를 3만4천원에 매수한 뒤 하락하자 또다시 물타기를 해봤지만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다음달 3일 2만3천1백원에 결국 팔아버렸다.
아무런 준비없이 뛰어든 주식시장이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줄 리 없었다.
그는 "하락장세가 뭔지, '데드 크로스' 가 뭔지도 모르면서 누구는 몇십억원을 벌었다는 성공담을 좇다가 손실만 커졌다" 고 말한다.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하려던 그는 그동안 홀어머니가 살던 경북 성주의 고향집까지 팔고 6년간 부어왔던 딸의 교육보험 등 지금까지 모두 3억원 이상을 증권계좌에 털어넣었지만 결국 '깡통' 을 차고 말았다.
사이버거래가 일반화하면서 데이트레이딩에도 손을 대봤다. 결과는 역시 실패였다. 수수료가 싼 것 같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일반거래는 보통 하루 한두번 정도 했었는데 사이버거래는 7~8회 이상이어서 수수료가 결코 싸지 않다는 얘기다.
주식에 목을 매고 그렇게 보낸 인생이 12년. 최근 시황을 묻자 그는 "굳이 말하자면 우량종목을 저가에 사 6개월 이상 투자하는 게 좋지만 정보력과 분석력을 두루 갖춘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에게 덤벼 돈을 벌려는 것은 중학생 권투선수가 세계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것과 같다" 고 말했다.
그는 지금 고향 선배가 사장으로 있는 한 상호신용금고에서 수금담당 계약직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김동호 기자
<정병천씨가 말하는 주식투자의 교훈>
◇ 주식투자가 생활에 미치는 부작용
.땀의 가치를 외면하고 일확천금의 꿈을 갖게 만든다
.수익을 올리면 다른 일이 시시해보이고, 손실이 크면 의욕상실에 빠진다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산다
◇ 정씨가 말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교훈
.최소한 6개월 이상 모의투자를 하라
.물타기는 금물
.추격매수를 하지 말라
.빈번한 매매를 자제하라
.일확천금의 꿈을 버려라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라
.수익률과 손실률을 미리 정해 놓고 매매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