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투자 이렇게] "민박도 깔끔하니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민박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학시절 MT(Membership Training.멤버십 트레이닝)를 떠올린다.

서울을 벗어나 좁고 허름한 집에 수십명이 둘러 앉아 소줏잔을 기울이며 밤새 토론하곤 했다. 그러나 민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한적하고 풍광 좋은 곳의 깔끔한 집이 인기대상으로 꼽힌다.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 성동리에서 '파주골 민박하우스' 를 운영하는 김성진(38)씨는 의정부의 아파트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전원으로 옮기면서 아예 직업을 민박업으로 바꾼 경우다.

김씨는 지난해 말 12년 동안 목조주택 사업을 하면서 눈여겨 본 관음산 자락의 밭 2백30평을 4천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야트막한 산이 품에 안길 듯이 펼쳐져 있고 포천읍에서 이동쪽으로 달리다 20분이면 닿을 수 있어 교통도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그는 토목공사와 전용허가를 받은 다음 건축비 1억5천만원을 투입, 2개월 만에 2층짜리 민박집을 지었다.

1층 25평에 방 2개와 거실을, 2층 20평에도 방 2개를 배치했다. 방마다 3면에 창문을 내는 독특한 설계를 했다. 자연을 최대한 실내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살림집을 뺀 나머지 방 3개 중 2개에는 신세대 취향에 맞게 침대를 들여놓았고 욕실도 설치했다.

지난 2월부터 잘 아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말이면 빈방이 없을 정도다.

가족단위로 일동온천이나 산정호수쪽으로 놀러왔다가 하룻밤 묵어가거나 벤처기업 등에서 MT 오는 손님들이 주요 고객이다.

김씨는 산이나 계곡으로 지프를 운전하는 오프 로드(off road)드라이빙 취미를 살려 고객들에게 무료로 태워주는 이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당에서 모닥불 캠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탄약통 등 자신이 수집한 기념품으로 독특하게 장식한 1층 거실도 볼 만하다.

김씨는 손님들에게 반합에 끓인 라면과 버섯전골.손두부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한다.

작은 방은 1박에 5만원, 큰방은 8만원을 받아 한달에 2백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는 손님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은데 고무돼 최근 빈터 30평에 8천만원을 들여 방 5개를 새로 지었다. 완공과 함께 민박을 체인으로 운영하는 펜션업체 '렛츠고 월드' 의 체인점으로 가입, 손님들을 소개받고 있다. 숙박료의 5~10%를 지급하는 조건이다.

주말은 7월 말까지 예약이 끝날 정도로 수요가 몰리지만 평일에 손님이 뜸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는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올라 8개의 방이 1주일에 손님을 세번씩 맞으면 한달 수입이 4백만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다.

"취미인 오프 로드 드라이빙을 즐기며 자연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 행복합니다.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입이 생기면 더 좋겠지요."

요즘 김씨는 목조주택 짓는 일은 뒷전에 미뤄둔 채 민박에 관심을 쏟고 있다. 손님을 소개받는 대가로 방값의 5~10%를 수수료로 지불하게 된다.

포천〓김상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