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총재 "현시국은 국난"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총재가 현시국을 '국난(國難)' 으로 주장했다.

"의료.금융대란은 남북문제로도 덮지 못할 만큼 혼란스럽다" 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0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李총재는 이같은 고강도 발언으로 이끌어 갔다.

노조파업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라" 는 김대중 대통령의 시각과는 크게 다르다.

李총재는 최근 사석(私席)에서 "金대통령이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니즘을 잘못 받아들이고 있다" 고 비판하기도 했다. 뚜렷한 국가경영 비전을 갖고 파업사태에 일관되게 대처했던 영국의 대처 전 총리 등과 달리 金대통령이 공권력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李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이제 제1당인 우리 당이 국회에서 일을 해야할 때가 왔다" 고 천명했다. 의원들은 '강력한 대여(對與)국회투쟁' 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李총재는 이번 제213회 임시국회의 주요 현안처리를 직접 지휘할 것이라고 그의 측근이 말했다. 금융노조쪽엔 이부영(李富榮)부총재.김문수(金文洙)의원을 보내 파업 자제를 당부하면서도 국회 재경위에선 노조가 요구하는 관치금융청산법의 입법화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다.

'4.13선거사범 편파수사 국정조사권' 발동에도 힘을 실었다. 李총재의 뜻을 읽은 정창화(鄭昌和)원내총무의 발언 수위도 "15일 이후의 의사일정과 국정조사의 연계 가능성" "법무장관 해임건의안과 검찰총장 탄핵소추 요구, 특별검사 도입 검토" 등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李총재가 이처럼 투쟁자세를 드러낸 것에 대해 주변에선 "정부의 정책혼선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다 강한 야당에 대한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다른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밀렸던 정국 주도권을 국회에서 되찾아 오겠다는 李총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고 했다.

하지만 李총재측은 15대 국회같이 '투쟁적인 야당리더' 이미지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보다 '수권(受權)태세를 갖춘 국가리더' 이미지 개발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金대통령과의 회동을 통한 '국난 수습' 의 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게 주변의 설명이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