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커피·차·오렌지주스·코코아 … ‘소프트 원자재’ 가격 계속 뜀박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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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초 대비 상승률 165.1%. 어느 투기지역 부동산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설탕(원당)의 올해 가격 상승폭이다.

설탕·커피·차(茶) 등 ‘소프트 원자재’(soft commodities·금속 외의 원자재 상품) 가격의 상승세가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8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주말 차 선물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고, 코코아와 설탕은 각각 31년, 28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커피와 오렌지 주스도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연초 대비로 오렌지 주스는 88.8%, 차는 83.5%, 커피는 30.2%, 코코아는 28.6%나 올랐다.

FT는 “이들 상품을 생산하는 나라 대부분이 열대지역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인데 이들 국가의 기상 악화와 정치 불안, 경제 악화 등으로 공급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설탕 가격의 급등세는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의 이상 기후에 따른 것이다. 브라질은 폭우로, 인도는 가뭄으로 사탕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특정 국가의 생산 비중이 높은 커피·코코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기에 생산업자들이 영세한 것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했다. 대처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늘어난 수요에 생산량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재배지역이 미국·캐나다·유럽 등 선진국에 넓게 분포해 있는 옥수수·밀 등의 가격이 최근 반짝 올랐다 곧 안정을 찾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투기적 매수세가 가세하고 있어 소프트 원자재의 가격 오름세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들 원자재를 재료로 한 먹을거리 상품이 소매시장에 쏟아질 내년 초에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이라며 “가격 상승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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