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에 원유 1만t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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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이 최근 북한의 4차 6자회담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에 원유 1만t(약 6만2000배럴) 지원을 약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지난 10~13일 리창춘(李長春)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의 평양 방문 당시 이 같은 제의를 했다고 복수의 정부 고위당국자가 24일 전했다.

북한의 연간 원유도입량은 2002년 기준 437만6000배럴 수준이며 1만t은 북한의 5일치 사용량에 해당한다. 또 텍사스 중질유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가격은 300만달러(약 36억원) 규모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우방궈(吳邦國)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6자회담에 진전이 있을 경우 5000만달러 규모의 유리공장 건설을 무상지원키로 약속, 지난 7월 공장 착공식을 했다.

그러나 북한은 리창춘 위원의 방북 당시 수행을 위해 북한 비자를 요청한 중국 외교부의 한반도문제 담당 닝푸쿠이(寧賦魁) 대사의 평양 방문을 거절, 처음부터 6자회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드러냈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북한이 선물을 주었음에도 4차 6자회담 9월 말 개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닝푸쿠이 대사의 방북도 거절한 데 대해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중국이 북한에 원유 선물을 약속한 것은 양국의 특수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4차 6자회담 개최를 거부, 무산시켰으나 방문단의 일원인 우다웨이(武大偉)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6자회담과 관련, 깊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국자는 "중국은 우리 측에 '리창춘 위원은 조.중 수교 55주년 기념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것이므로 원유 지원 약속엔 다른 뜻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이를 북한으로 하여금 6자회담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다목적 선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또 "중국은 체면을 중시해 이 같은 지원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리창춘 상무위원은 중국 당.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 지난 1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1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및 박봉주 내각 총리 등과 만났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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