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문 사이트 북적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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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직장인이자 주부인 홍혜경(30.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5월초 여성포털사이트 마이클럽(http://www.miclub.com)에 '아기를 맞고 싶은 사람들' (아맞사)이란 사이버 모임을 만들었다.

결혼을 하고도 빨리 임신이 안된 여성들끼리 모여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서였다.

개설 두 달 만에 3백22명의 주부가 찾아들었다. 이같은 고민을 하는 여성들이 많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처럼 빨리 수가 늘어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를 못 낳는 것이 아니라 다소 늦어지는 것인데도 친구나 가족과도 얘기하기 곤란한 구석이 있어요. 여성사이트는 이런 화제를 던질 수 있는 곳이죠" 라고 홍씨는 말한다.

주부 이금희(38.대구 달성군 논공읍)씨는 지난달 초 여성포털사이트 주부닷컴(http://www.zubu.com)에 들렀다가 '좋은 책 읽기 모임' 의 회원으로 등록했다.

집안 일에 매여 취미 활동을 제대로 못했었는데 마침 책읽기 모임이 눈에 띄어 선뜻 마음이 갔다.

이씨는 요즘 월요일 밤이면 아이들이 잠든 후 인터넷에 들어가 읽은 책을 토론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모임이 생긴지 두 달이 안됐는데 벌써 1백명 가까운 친구가 생겼어요. 여성들끼리는 코드가 잘 맞죠. 주부들의 경우 집안에만 있다 보니 컴퓨터 속에서 사람 만나기가 부담스럽지만 여성사이트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위안을 주죠. "

지난해 가을부터 생기기 시작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여성사이트. 그 중 마이클럽.주부닷컴.우먼라인 등을 중심으로 여성들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기존 커뮤니티 사이트가 익명성으로 인기를 끌었다면 여성사이트는 오히려 솔직해질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정부가 3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1백만 가정주부 인터넷 교육사업과 초고속 통신망의 확대도 여성 인터넷 이용자를 늘이는 계기가 됐다.

'선영아 사랑해' 로 유명세를 탄 마이클럽의 동호회 모임 아지트는 5월초 정식 개설했으며 현재 7백여 개가 만들어졌다. 참여 인원만 2만명이 넘는다.

'아맞사' 외에도 '고운피부 만들기' '병아리주부동호회' 등 일반 사이트들과 달리 여성들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모임이 많다.

5월 중순 본격 닻을 올린 주부닷컴의 동호회에도 '외며느리들 모여라' '혼자 사는 여자' 등 모임 수가 1백여 개. 회원은 1만 여명에 이른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개설 당시부터 동호회 활동이 활발했던 우먼라인(http://www.womenline.com)을 비롯, 아이주부닷컴(http://www.ijubu.com).우먼플러스(http://www.womenplus.com)등에도 마이클럽.주부닷텀과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초 인터넷을 시작, 얼마 전부터 우먼라인에 시어머니랑 살게 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올리고 있는 이주은(30.인천 계양구 계산동)씨는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질문도 하고 격려도 해주죠. 꾸준히 만나는 온라인 친구가 20명은 돼요. 친한 친구에게 말 못할 얘기라도 이상하게 인터넷에서는 가능해집니다. 그게 여성사이트의 매력이죠" 라고 말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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