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작은 거인들' 세계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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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작은 고추가 맵다.’정보통신기술(IT) 중소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해외로 몰려간다.이들은 중국·동남아는 물론 중남미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의 강태헌 사장은 이달 초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정부와 2백만달러 규모의 인터넷 서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강사장은 “캄보디아가 힘을 쏟는 국가 IT프로젝트를 한국 벤처업체가 주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함께 캄보디아 최고의 대학인 프놈펜대학에 국산 데이터베이스·서버 시스템을 기증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의 ‘제 1회 한·중 정보통신 벤처페어’에서도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 소속 벤처들이 중국 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켰다. 씨엔에스테크놀로지는 중국 거룡전신과 3천만달러 규모의 영상전화기 수출계약을 했다.

서승모 사장은 “벤처업체의 중국 수출로는 최대 규모”라며“일본·싱가포르·미국 업체와도 상담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 IT업체의 해외 시장개척에는 3백여 중소기업 모임인 PICCA가 선두에 서있다.

회원사인 팬택(박병엽 부회장)·핸디소프트(안영경 사장)·다우기술(김익래 사장)·어필텔레콤(이가형 사장)·시큐어소프트(김홍선 사장)등은 탄탄한 국내 기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PICCA의 김성현 회장(넥스텔 대표)은 “국내 IT업계는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며 “중소 IT업체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출 지역도 서남아·중남미·유럽 등지로 넓어지고 있다.일륭텔레시스는 최근 이란 국영 전화업체인 TCI·DCI와 고속데이터전송장치(HDSL)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다.이동욱 사장은 “두 업체와 협상이 모두 막바지 단계”라며 “계약이 성사되면 납품규모가 5백만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C&C도 지난 4월 말까지 5개월 동안 중남미 엘살바도르에 중고 휴대폰 단말기 1만 대를 수출했다.조병갑 사장은 “앞으로 중고 단말기에 이어 2차 전지를 개발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 마리텔레콤이 최근 휴대폰용 게임인 ‘12지신’을 개발해 일본 NTT·영국 BT와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고,무선호출 업체인 스탠다드텔레콤도 최근 미국에 1백억원 규모의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싸이버뱅크는 개인휴대단말기인 ‘멀티팜’을 스페인 비텔콤사에 2년간 2백만대(12억달러)를 수출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올들어 실리콘밸리·베이징에 벤처 지원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안병엽 장관과 김동선 차관이 직접 중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을 돌아다니며 중소 IT업체의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정통부의 유영환 국제협력관은 “정보통신은 국가수출의 핵심”이라며 “미개척 시장인 중국과 동남아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IT산업 수출액은 1998년 3백5억달러에서 지난해 3백99억달러로 늘어났다.올해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4백80억달러에 이를 전망(정통부 추산).지난 5월 말까지의 수출도 1백9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가 늘어났다.

이원호·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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