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여성 파워] 무한기술투자 신선경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투자를 결정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보면 마치 내 자식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처럼 뿌듯해요."

아직 결혼도 안한 처지에 벌써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버린 것일까. 창업투자회사인 무한기술투자에서 투자심사역을 맡고 있는 신선경(27.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자기가 투자 결정을 내린 회사를 보면 '모성애' 가 샘솟는다.

창업투자회사는 인터넷 사업 아이디어나 첨단기술을 가진 회사를 선별해 투자를 결정하고 투자한 회사의 지분 등을 함께 나눠갖는 이른바 벤처 캐피털.

그가 맡고 있는 투자심사역은 가능성 있는 벤체회사를 대상으로 투자 가능성을 평가.관리하는 중요한 업무이다.

신씨는 이 분야 최초의 '여성파워' 다. 지난 1996년 인천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한 신씨는 의류회사 상품기획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또다른 세계에 눈을 떴다.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는 활동적인 그의 발길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곧바로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와 97년 11월 인터넷 멀티미디어 제작회사에 뛰어들었다.

평소 '에너지가 넘친다' 는 말을 자주 듣는 신씨에게 인터넷은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였다.

멀티미디어 제작.마케팅과 인터넷 사이트 기획을 하던 신씨는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해볼 심산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유학을 준비했다.

인터넷 사업에 흠뻑 빠져 지내던 신씨는 지난 1월 현재 근무중인 창업투자회사로 스카우트되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벤처 캐피털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더군요.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는 일, 얼마나 멋있습니까. "

그 동안 그가 만난 벤처사업가들만 수백명. 신씨는 그 중 현재 3개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아직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은 없지만 신씨는 이들 회사가 상장될 그 순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신씨는 가을 학기부터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계획도 갖고 있다. 투자심사역을 맡은 뒤 더 많은 공부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무슨 잔치상처럼 생각하면 금물이죠.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꿈을 꿔서는 안됩니다. 인터넷은 하나의 틀일 뿐 그 안에는 또 다른 경쟁이 도사리고 있거든요. " 투자심사역답게 벤처사업가들에게 던지는 충고도 따끔하다.

"인터넷 사업은 인터넷으로 포장된 하나의 모델일 뿐 제반 산업에 대한 분석과 작지만 탄탄한 조직관리 등 오프라인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죠. "

그의 연봉은 비밀이지만 일반 대졸 직장인 보다는 훨씬 많단다. 투자가 성공적이었을 때 받는 인센티브가 연봉보다 많을 때도 있다고 밝혔다.

김승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