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훈 대표 "야 개혁 동참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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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대가 요구하는 통일과 개혁의 과제는 집권당과 정부의 몫만은 아니다. 여야 모두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대승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 대표연설을 통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李총재가 6일 대표연설에서 정부.여당을 상당한 강도로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의 의미가 담긴 셈이다.

그런 만큼 徐대표 연설은 李총재의 연설과 차이가 난다. 徐대표는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직된 상호주의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고 말했다. "상호주의가 남북관계의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원칙" 이라고 말한 李총재를 겨냥한 발언이다.

徐대표는 대신 '탄력적 상호주의' 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진정한 의미의 상호주의는 서로 자신에게 이익이 될 것만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과 양보를 통한 상호주의며, 과정상의 상호주의가 아니라 결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호주의" 라는 주장이다.

徐대표는 국가보안법을 '냉전시대의 산물' 로 규정하고 '재검토' 방침을 공식으로 밝혔다.

李총재의 "(보안법은) 상황이 변하면 시대흐름에 맞게 조정하고 보완하는 것이 순리" 라는 입장과 역시 대비되는 대목이다. '보안법 재검토' 의 의미에 대해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폐지까진 몰라도 적어도 개정하겠다는 것은 분명하다" 고 말했다.

徐대표는 李총재의 '국회 남북관계특위' 설치 제의를 수용했다. "대승적 자세를 솔선수범함으로써 李총재의 협조를 유도하려는 것" 이라는 민주당의 설명이다. 특위를 구성하면 남북 국회회담 추진에 도움이 되고, 한나라당과의 교감이 쉬워진다는 실리도 고려했다고 한다.

徐대표는 집권 후반기의 또다른 중요과업으로 '4대 개혁의 완수' 를 꼽았다. ▶기업.금융.노사.공공부문 개혁▶참여민주주의 구현▶생산적 복지 정착▶국민대화합과 사회통합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교과서적인 개혁방향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수단은 내놓지 않았다.

또 '공교육 내실화' '세정개혁의 지속적 추진' '의료보험료의 공평부담' 등의 구호성 다짐만 나열해 "여당대표 연설치곤 공허하다" 는 지적을 받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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