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前 구글 중국사장이 본 중국인터넷 황금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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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인터넷 사용을 보면 80퍼센트가 같고, 20퍼센트가 틀려요. 미국회사들은 이 80퍼센트의 공통분모와, 자기기술의 우수함을 믿고 거만하게 중국시장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망했지요."

최근 구글중국 (Google China) 사장자리를 내놓고 떠난 리카이푸 (李开复)의 진단이다. 그가 직접 예를 들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경매대행 사이트인 eBay의 중국진출 실패 사례는 미국 MBA스쿨의 단골 '케이스'로 이용되기도 한다.

"실패의 이유는 중국이 그 20퍼센트를 미국회사보다 잘하는데, 사실 잘해도 훨씬 더 잘하기 때문입니다."

80퍼센트를 보고 중국에 들어왔는데, 그들이 얕본 20퍼센트 때문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사전 시장조사가 얼마나 철저해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이부분은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야심만만하게 패션잡지를 들고 중국 시장공략에 나섰던 한국의 한 중견 출판사도 최근 그 잡지를 철수시켰다. 업계관계자는 패션유행의 상승곡선에 들어왔어야 했는데, 하향곡선에 접어들 때 들어온 것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리카이푸의 새로운 명함에는 '创新工厂'의 '董事长兼首席执行官' (Chairman & CEO)라고 적혀 있다. 그가 하는 일은 IT와 인터넷 사업 분야의 젊은 중국의 창업두뇌들 중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코치하여 나중에 지분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투자가이기도 하지만, 자기의 사업경험을 나누어 코치도 해주는 '멘토'역할을 하는 것이다. 평소 저서를 통해 중국 대학생들과 젊은이들에게 인생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던 '그다운' 결정이었다.

그가 본 중국 인터넷시장의 다음 '황금어장'은 인터넷쇼핑이다. 다른 서구국가와 달리, 중국엔 인터넷쇼핑이 아직까지 보편화 되지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안심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인터넷 신용카드 도용 사건은 종종 뉴스에 나온다.

하지만 리카이푸는 이것도 시간문제라고 보았다. "최근 베이징에 있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보았더니, 약 80퍼센트의 대학생들이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해요."

'얼리어답터 early adopter'인 중국 젊은층들이 인터넷구매의 안정성의 증가가 그 편리함에 빠져들면 곧 다른 연령층으로도 파급효과를 이룰 것이라고 그는 내다 보았다.

자유기고가 써니리=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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