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피나는 연습 앞에 불가능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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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테일러가 발로 서브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 없을 순 없겠지요. 그렇지만 많은 불가능한 일이 노력하기에 따라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아테네 장애인올림픽 휠체어테니스 종목에 출전한 미국의 니컬러스 테일러(25)는 23일(현지시간) 경기장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고, 실제로 경기에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테일러는 이날 오후 5시50분 휠체어테니스 경추장애 혼성 복식 준결승전에서 팀 동료 왜그너 데이비드(30)와 한조를 이뤄 캐나다의 헌터 사라(39)-맥패이트 브라이언(41)조를 세트 스코어 2-0으로 가볍게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선천성 관절 장애인이다. 두 다리와 팔.손이 제대로 발육하지 못해 다리와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다. 저런 몸으로 공을 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도 그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공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손을 못 쓰다보니 발로 공을 토스한다. 왼쪽 발등에 공을 올려 오른발 뒤꿈치로 고정시킨 뒤 왼발로 공을 차올려 서브했다.

왼손 검지와 새끼손가락은 손바닥 쪽으로 꺾여 있어 라켓을 쥘 수 없다. 그래서 고리를 이용해 라켓을 손목에 걸고 엄지와 중지.약지로 라켓을 잡는다. 마치 노를 잡듯이 라켓을 잡아 주먹질하듯 공을 받아넘긴다.

오른 손목이 손바닥 쪽으로 90도로 꺾인 상태인데도 전동 휠체어 스위치를 조작해 공을 따라 다녔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포핸드로 공을 쳤고 한시간 경기 동안 세번 정도 백핸드로 공을 받았다.

서브 정확도는 가장 높았다. 네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더블 폴트를 한 번도 안 했다. 세차례 서브 에이스도 기록했다. 리시브도 거의 실수가 없었다. 손을 못 쓰다보니 국제테니스연맹(ITF)에서 그에게만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도록 예외를 인정했다고 한다.

그는 10년 전 휠체어 테니스를 시작했고 지금처럼 공을 칠 때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 왼손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7년 전 국제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특이한 동작 때문에 '발로 서브하는 선수'로 통했다. 미국 테니스협회는 1999년 그를 '올해의 휠체어 선수'로 선정했다. 브리티시오픈.US오픈 등 주요 경추 단.복식 국제대회를 휩쓸었다.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고향 캔자스에 있는 위치타 주립대에서 올해 경영정보시스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 휠체어테니스 대표팀의 유관호 감독은 "보통사람 같으면 운동을 할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라면서 "그의 도전 정신은 인간 승리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아테네=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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