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모가 밑도는 종목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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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코스닥시장의 인기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닷컴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이미 기가 꺾인 상태에서 주가조작사건까지 터지자 투자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들어 신규 등록기업들의 연속 상한가 일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고, 대표적인 닷컴기업 중 하나인 옥션의 주가가 6일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것도 이런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련이 코스닥시장에서도 기술력과 실적이 뒷받침된 종목과 그렇지 못한 종목간에 뚜렷한 주가차별화가 이뤄지면서 정석투자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 기세 꺾인 나스닥〓3월 5, 000포인트 고지에 올라섰던 나스닥지수는 한때 3, 000선도 위협할 정도로 추락했다 다시 반등했지만 4, 000 돌파에는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나스닥시장이 이처럼 맥을 못추고 있는 이유는 미국에서도 닷컴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지고 있기 때문.

최근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업체 중 하나인 네티즈(Netease)의 주식예탁증서(ADR)가 나스닥시장에 상장되자마자 폭락, 시초가보다 22%나 떨어진 채로 마감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벤처캐피털로부터 자본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인터넷기업인 거간닷컴의 정우현 사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미국 역시 닷컴기업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열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벤처캐피털들의 심사가 매우 까다로워졌다" 고 설명했다.

◇ 열기 식은 코스닥〓미국 시장의 이같은 분위기는 국내에도 반영됐다.

신규 등록종목의 연속 상한가 일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에 15일이나 됐던 연속 상한가 일수가 지난달에는 5일로 줄었다. 5일 현재 공모가를 밑도는 코스닥 종목도 37개나 된다.

수천대 1의 경쟁률이 예사였던 닷컴기업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최근에는 뚝 떨어졌다.

여기다 세종하이테크 주가조작 사건이 시장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유통물량이 적은 중소형 닷컴기업의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시장분위기를 바꿔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주가조작 수사로 물거품이 됐기 때문. 이 때문에 그동안 소외됐던 대형 우량주들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는 조짐도 뚜렷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주가조작 사건의 와중에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눈길을 끈다.

현대증권 박용철 투자전략팀장은 "닷컴기업의 수익모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과 주가조작 사건 때문에 투자자들이 코스닥에서 빠져 나와 거래소로 옮겨가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며 "최근 거래소의 금융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고 말했다.

◇ 실적 뒷받침되는 종목에 관심 가져야〓교보증권은 5일 데일리를 통해 "최근의 주가조작 사건은 과거 한때 코스닥시장을 풍미했던 '묻지마 투자' 잔해를 말끔히 청소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며 "앞으로는 부실과 우량, 허공에 뜬 미래와 현실에 기반을 둔 미래를 구분하는 투자 잣대를 세워야 한다" 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정윤제 책임연구원은 "코스닥시장도 머니게임의 성격을 벗어나 실적과 기술력을 중시하는 정석투자가 자리잡아갈 것" 이라며 "외국인이 선호하는 업종 대표주로 관심범위를 좁힐 필요가 있다" 고 설명했다.

정경민.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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