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금방 얼굴 빨개지는 체질은 건강하다? 과음하면 뇌 다쳐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Q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

A 송년회의 계절이다 보니 저녁 때마다 술 한 잔이 빠질 수 없다. 두주불사라도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체질적으로 알코올 분해효소가 결핍된 사람들이다.

통상 알코올이 인체 내에 들어오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손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얼굴이 붉어진다. 이런 변화는 흡수된 알코올이 심혈관 조절기능을 하는 뇌를 억제하는 데다 1차 분해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 란 물질이 얼굴에 있는 혈관을 확장시켜 안면 홍조를 유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선천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능력이 적은 사람은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뛴다는 것이다. 진땀이 나기도 하고 메슥거림·구토·두통·현기증 등 저혈압 증상이 초래돼 심히 불쾌해진다. 이런 사람이 과음하면 뇌가 손상되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알코올 분해효소 부족은 서양인에는 드문 반면 우리나라 사람 중엔 30%에 해당할 정도로 많다. 이는 타고난 체질이라 술을 자주, 많이 마신다고 해서 알코올 분해효소가 저절로 증가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음주를 자제하는 게 좋다.

반면 주량은 술을 자주 마실수록 늘어난다. 실제 매일 2주간 술을 마시면 에탄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30% 정도 증가한다. 물론 주량 역시 천성적으로 타고나기 때문에 아무리 술을 자주 마셔도 말술을 마시는 사람처럼 주량이 늘지는 않는다. 또 주량이 는다고 해서 술로 인해 초래되는 간 손상 등을 줄이는 것도 아니다. 주량이 센 사람은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게 돼 간 손상 등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