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축구종가' 잉글랜드 겹친 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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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가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

올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예선에서 탈락, 체면을 구긴 데 이어 숙원사업이던 2006년 월드컵축구 유치도 사실상 물 건너간 때문이다.

더구나 유로2000에서 악명높은 훌리건들이 곳곳에서 난동을 부려 유럽축구연맹(UEFA)의 실격 경고까지 받는 등 종주국으로서 체면이 말이 아니다.

잉글랜드 축구의 위기는 자만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월드컵 개최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에 빠진 나머지 시설 준비와 대외 홍보에 소홀, 스스로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잉글랜드는 11개의 4만석 규모 전용구장을 신축하고 전통의 웸블리구장을 개축하는 등 그동안 축구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으나 정작 국제축구연맹(FIFA) 실사단의 시설부문 평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독일에 뒤지는 수모를 당했다.

24명의 FIFA 집행위원 투표를 하루 앞둔 5일 현재 잉글랜드는 모로코와 동반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잉글랜드유치위원회는 보비 찰튼 경을 포함한 로비단을 취리히에 파견, 막판 득표전을 전개하는 등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며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는 "독일이 중도 기권, 우리를 지지하면 승산이 높다" 고 분석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 며 결의를 다졌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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