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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정보프로 홍수… 전파 낭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연예정보프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방송사 연예정보물 경쟁의 주역은 '연예가 중계' 같은 주간물. 여기에 최근 MBC '피자의 아침' 의 '연예뉴스' 코너 같은 일일 보도물까지 가세한 데 이어 SBS도 '한밤의 TV연예' 를 주2회 연속 방송하는 편성 전략을 내놨다.

오는 8월 2일 막을 내리는 '김혜수의 플러스 유' (수 밤 10시55분)의 후속으로 '한밤의 TV연예' (목 밤 10시55분)를 한 번 더 방송하기로 한 것.

이처럼 유래가 없는 연속편성은 '한밤의 TV연예' 제작진이 "MBC '섹션TV 연예통신' (수 밤 10시55분), KBS 2 '연예가 중계' (목 밤 9시50분)등 경쟁사 유사 프로그램보다 방송이 늦어 속보성이 떨어진다" 며 그동안 여러 차례 건의했던 아이디어다.

이같은 건의를 뒷받침한 것은 시청률. 한때 연예정보물의 시청률 선두를 달렸던 '한밤의 TV연예' 는 하루 앞서 방송하는 '섹션TV…' 에 현재 선두 자리를 내놓은 형편. 같은 시간대를 비교해봐도 30% 가까운 MBC '섹션TV…' 의 시청률은 10% 안팎의 SBS '김혜수의 플러스유' 시청률을 크게 앞지른다.

이처럼 '한밤의 TV연예' 2회 연속 편성은 SBS로서는 시청률 경쟁면에서는 해볼 만한 시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엇비슷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홍수 아니냐" 는 비판을 SBS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있다.

MBC측도 이같은 맞불편성에 심기가 불편한 것은 물론이다.

'섹션TV…' 기획자 이성호CP는 "남의 신발 장사가 잘된다니까 바로 옆에 신발 가게를 차리는 격"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경쟁을 가속한 책임은 지난해 '섹션TV…' 을 신설한 MBC측에도 없지 않다.

이성호CP는 " '섹션TV…' 이 초기에는 의욕이 앞선 과잉취재로 물의를 일으켰던 것도 사실" 이라면서 "하지만 올해 들어 몰래카메라 식의 취재를 지양하고, '엔터테이너는 곧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 이라는 성격에 맞게 밝고 좋은 뉴스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고 변화를 강조했다.

수요일 편성으로 속보성 면에서 '섹션TV…' 과 같은 여건을 갖추게 되는 '한밤의 TV연예' 도 리포터들을 보강해 심층취재를 강화하는 등 목요일 방송의 차별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연출자 이충용PD는 최근 연예계 비리를 다룬 보도물들이 용두사미로 끝난 것과 관련, "프로그램이 힘을 가지면(고발성 뉴스도)가능하지 않겠느냐" 면서 " '연예저널리즘' 의 본령에 충실하겠다" 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들의 바람과 달리 현재로서는 이들 연예정보물들이 매주 다루는 아이템을 비교해보면 연예인들의 연애나 결혼, CF.영화.뮤직비디오 촬영장면, 자사 새 프로그램 홍보 등 크게 다르지 않은 게 현실이다.

" '섹션TV…' '연예가 중계' 에 이어 '한밤의 TV연예' 를 보면 재방도 아닌 삼방을 보는 느낌" 이라는 SBS 어느 PD의 말이나, "이 좁은 땅덩어리에 무슨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그렇게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는 MBC 이성호CP의 말처럼 연예정보 과잉은 방송사 PD들도 인정하고 있는 문제다.

한국방송연기자노조의 김기복 사무국장은 연예정보물간의 치열한 경쟁이 곧잘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해 온 것을 두고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왜 그처럼 시시콜콜 연예인의 사생활을 알아야 하는지 의문" 이라면서 "이런 전파낭비에 공영방송까지 나서는 것은 알아서 자제해야 할 일" 이라고 말했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김창남 교수는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말초적 관심만이 연예정보는 아니다" 라면서 다양한 대중문화 장르에 대한 비평이나 새로운 조류 소개 등 외면당하고 있는 또다른 '연예정보' 를 지적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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