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군 전체 공무원(677명)의 16%에 해당하는 108명이 최근 5년간 사무용품을 구입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군 예산 7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21일 세상에 알려진 이후 사흘 만에 홍성군이 또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본지 12월 22일자 22면>본지>
24일 홍성군청 안에서 군청 직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공무원 108명이 가담한 공금 빼먹기 비리 사건이 드러난 데 이어 이날 산림녹지과가 압수수색당하자 군청 주변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홍성=프리랜서 김성태]
읍내 음식점과 주점에는 군청 직원 발길이 뚝 끊겼다. 군청 직원 B씨(7급)는 “공금을 챙겨 술 먹으러 다니는 것으로 오해할까 봐 모든 회식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날 낮 홍성군청 앞 M음식점에는 군청 직원 4명이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옆 좌석의 주민 이모(55)씨가 “군청 직원이 아니냐”고 물었다. 직원들이 “그렇다”고 하자 이씨는 “군 예산 다 빼돌리고 무슨 염치로 밥 먹으러 왔느냐”며 몰아세웠다. 식당에서 만난 군청 김모 과장은 “ 외부에서 식사하는 것조차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홍성YMCA 등 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투명한 홍성, 신뢰받는 홍성을 위해 납품비리에 그치지 말고 홍성군 사업에 대한 전반적 조사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의 비리 행태가 만연한 데는 지방자치단체 간 인사 교류가 거의 없는 점이 한 가지 원인으로 지적된다. 대전지검 홍성지청 윤대진 부장검사는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 실시된 이후 한 개 시·군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 때문에 직원 간 유대감이 강해지고 예산 편성과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홍성군의 경우 전체 677명 가운데 70% 이상이 홍성에서만 근무했다. 예산 빼먹기 비리 사건에는 군청 21개 부서 가운데 70% 이상의 부서가 가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운용 실태를 감시할 감사과, 집행부의 행정을 견제하는 의회 담당부서인 의회사무과도 예외가 아니었다.
홍성=김방현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홍성군=인구 8만7700여 명. 예부터 충남 서북부 행정의 거점이었다. “홍성에서는 권력 자랑하지 마라”는 말이 전해온다. 지금도 법원·검찰, 세무서, 등기소 등 이른바 ‘권력기관’이 모여 있다.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사육신 중 한 명인 성삼문 등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