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회담태도 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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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적십자 회담에서 북한 대표단이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남북 대표단은 금강산호텔에 함께 머물고 있다. 양측 대표가 한 호텔에서 숙식하며 회담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1998, 99년 중국 베이징(北京)에서의 접촉 때도 북측은 우리와 다른 호텔이나 북한 대사관에 머물렀다.

세대교체의 바람도 불었다. 북측 단장인 최승철 적십자회 중앙상임위원은 49세, 이금철.최창훈 대표도 40대 초반이다.

과거 60~70대의 베테랑 '회담 일꾼' 들은 모습을 감추고 신세대들이 등장한 것. 북한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남쪽에서도 386세대로 바뀌는데 북에서도 세대교체해야죠" 라고 설명했다 한다.

북측 최승철 단장 등 대표단은 깔끔한 이미지를 선보이려 애쓰고 있다.

지난달 정상회담 준비접촉 때 나온 김영성 단장이나 崔단장 모두 세련된 화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측이 비공개 약속을 깨버리는 보도 행태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북한은 28일 중앙방송을 통해 "북측이 이산가족 방문단에 앞서 8월 초 장기수를 송환하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고 회담 내용을 공개해 버렸다. 자신들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이라는 게 우리측 판단이다.

그렇지만 변화하지 않는 대목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뒤 부드러워졌다지만 '지킬 것은 지킨다' 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고 설명했다.

우리쪽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거부 등 강수(强手)를 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98년 금강산 관광선 첫 출항 때는 도중에 조선일보.KBS 기자를 받았지만, 이번엔 끝내 거절했다.

북한이 금강산호텔에서 보인 새 시도와 변신을 어떻게 이어갈지 정부 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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