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관심이 세상 변화시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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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상을 받은 과천외고 학생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민군·김윤선양·정용락군·신다혜양·강기덕군·구준모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자전거 운행에도 음주 단속 제도와 안전 속도 규정을 도입해야 합니다.”

“학교 주변 교통 환경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관련 통합 기관을 신설할 것을 정부에 제안합니다.”

청소년들이 실생활에서 느낀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다리품을 팔고 머리를 맞대 고안한 공공정책을 내놨다. 22일 고려대에서 열린 제1회 청소년 사회참여 발표대회에서다. 전국에서 74개 팀이 응모해 16개 팀이 예선을 통과했다. 본선에선 각축 끝에 과천외고 일본어과 2학년 학생 6명이 꾸린 팀 ‘S.G. 워너비’가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탔다. 대상 수상작은 내년 봄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프로젝트 시티즌’ 대회에 출품된다. 미국 청소년들이 공공정책 아이디어를 내놓고 겨루는 대회다.

강기덕군·구준모군·김윤선양·박정민군·신다혜양·정용락군으로 구성된 과천외고 팀은 학교 주변 안전 및 환경 실태에 대한 공공정책을 제안했다. 팀 이름은 ‘학교 지킴이가 되고 싶다’는 뜻에서 ‘스쿨 가드 워너비 (School Guard Wannabe)’를 줄여서 ‘S.G. 워너비’로 지었다. 유명 대중음악 그룹인 ‘SG 워너비’와 비슷해 친숙한 효과도 노렸다.

공공정책 아이디어는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매일 아침 학교 주변에서 마주치는 불법주차 문제와 올해 9월 성남여고 학생이 학교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계기가 됐다. 주변 지역의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600명 넘게 설문조사도 했다.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의 담당자들과 지역 의회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은 물론 ‘반납’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기간에도 시험이 끝나자마자 모여 밤 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대안을 고심했다. 그 결과 100쪽에 달하는 보고서와 참고자료집을 냈다.

팀을 이끈 강 군은 “저희의 작은 관심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점을 배웠다” 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열린 이 대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고려대 한국사회연구소가 공동주최하고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미국 시민교육센터와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가 후원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고대 한국사회연구소장 박길성 교수(사회학)는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참가자들이 제안한 정책의 수준이 높았다”며 “지금 당장 정책으로 입안되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평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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