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출자 14% "보험 권유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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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고객의 절반 이상은 대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23일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가 지난 7월 21일부터 한달간 방카슈랑스(은행 판매 보험상품) 가입자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대출 과정에서 보험 가입을 권유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14.6%인 131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대출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보험에 가입하는 '보험 꺾기'를 당한 사람은 55.7%(73명)에 달했고 나머지 44.3%(58명)는 보험 가입을 거부했다고 응답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보험 꺾기를 경험한 73명은 900명 가운데 8.1%로 심각하지 않고, 보험 가입을 거부해 불이익을 경험한 사람도 1명에 불과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이번 조사에서 은행의 보험 꺾기 실태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며 다음달 4일 은행과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을 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에도 실태점검을 해 고칠 것을 요청했지만 은행이 현실적으로 고객과 보험회사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에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며 "문제가 드러나면 문책 등 엄중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감위는 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 4월부터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의 연기나 제도 보완의 필요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실태점검에 나서는 금융감독원 측은 은행들이 대출하면서 보험상품을 끼워팔거나 계약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보험상품을 팔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또 홈페이지(fss.or.kr)에 '방카슈랑스 부조리신고센터'를 설치해 불공정 행위에 대한 상시 감시체제를 운용하기로 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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