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파트 최고] 기장 현대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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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부산시와 중앙일보 영남사업본부가 공동제정한 '6월의 자랑스런 아파트' 에 뽑힌 기장군 기장읍 현대아파트 주민들은 인정 많기로 유명하다.

외롭고 어렵게 사는 이웃을 그냥 보고만 있지 못한다. 9백30여 가구 주민 대부분 기장군 출신이어서 서로 고향 사람처럼 대하며 인정을 나누고 있다.

따라서 1993년 입주 이후 계속 살고 있는 주민이 80%를 넘는다. "이 아파트만큼 고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이사를 못간다" 는 주민도 적지 많다.

입주민들은 입주 다음 해인 94년부터 해마다 인근 기장중학교에 장학금 50만원씩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 도심의 이름난 학교에 비해 교육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96년부터 연말에 소년소녀가장 5명에게 생활비 10만원씩을 지원하고 홀로 사는 노인 5명에게 쌀 1가마씩을 구입해 준다.

이처럼 인정을 나누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재활용품을 팔아 마련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매주 목요일 저녁 빈병.폐지 등 재활용품을 단지 지하창고에 내놓는다. 이를 부녀회원들이 팔아 매월 20만원 정도를 장만한다.

아파트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부녀회 몫이다. 부녀회는 98년부터 '화분 내놓기' 운동을 벌여 베란다는 온통 화분으로 장식돼 있다.

가구마다 적게는 3~4개, 많게는 20여개의 화분이 놓여 져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 대신 고추.상치 등을 심어 이웃과 나눠 먹는 주민도 있다. 단지 도로변도 꽃으로 가꾸고 있다.

지난 봄 1백7동과 1백11동 사이 길가에 벚나무 1백여 그루를 심었다. 내년에는 나머지 단지 도로변에 장미를 심을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단지 내 나무에 주는 퇴비를 쓰레기 발효기에서 만들어 충당하고 있다.

발효기는 98년 5천만원을 들여 도입했다. 남는 퇴비는 인근 농민들이 앞다퉈 가져 간다.

입주민들은 지난해 7월 주민걷기대회에서 단합을 과시했다. 운영위원회가 마련한 이 행사에는 주민 1천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일광산 백두사까지 4㎞를 왕복하는데 낙오자는 1명도 없었다.

운영위원회는 올해도 걷기대회를 가질 계획이다. 지난 4월 단지에 인터넷 전용 케이블을 설치하는데도 전혀 잡음이 없었다.

金정일(34)관리소장은 "주민 대부분 이 고장 출신이어서 서로 돕고 인정을 나누는 것이 다른 아파트에 비해 유별나다" 며 "주민 끼리 서로 다투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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