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전사 폐기물 수거 의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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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06년부터 가전제품을 유럽에 수출하려면 제조업체가 폐기물을 수거하고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야 하는 등 유럽 환경규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가전 제조업체들은 중소기업이 많아 환경소재 개발이나 현지 폐기물 수거 체계를 구축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기 힘들어 자칫 유럽지역 가전 수출시장을 잃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유럽연합(EU)집행위는 최근 가전제품도 2006년부터 제조업체가 폐기물을 수거하고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50~80% 이상 사용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환경규제 지침을 채택해 EU 이사회와 의회에 공식 상정했다.

대상품목은 전기.전자제품.통신기기.전동완구류.공구류 등이다. EU집행위는 올초 자동차 폐기물처리지침도 상정해 2006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국내 기업이 EU에 수출하는 가전제품의 3분의2 정도가 이번 규제대상 품목에 해당하며, 금액으론 지난해 기준 가전제품 총 수출액(86억달러)의 61.6%인 53억달러 규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입수한 EU의 가전제품 환경규제안에 따르면 일단 2006년부터 대.소형 가전, 조명기기, 의료기기 등 10개 가전제품군별로 정해진 재활용 비율을 준수하는 제품만 EU 회원국에서 판매할 수 있다. 또 2008년부터는 더욱 강화된 규정을 적용하면서 납.수은.카드뮴.크롬 등 6개 유독물질의 사용이 금지된다.

가전제품 제조업체들은 ▶폐기물을 무료로 수거하고▶폐처리시 재활용 부분품을 분리해 재활용해야 하는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이번 지침과 관련해 유럽 가전 제조업체들은 97년부터 EU측과 협의했는 데 이번에 채택된 안은 업계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일본 업계는 규제안이 지나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EU측은 'EU가 승인한 온실가스규제협약 등 각종 국제환경협약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규제가 불가피하다' 는 입장이라고 KOTRA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EU의회.이사회의 승인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거의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계열사와 함께 납없는 전선, 비할로겐 플라스틱 등 일부 재활용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중소기업에서 납품받는 부품과 하청생산 품목이 많아 일일이 환경기준에 맞도록 개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면서 "유럽 현지에서 폐기물을 수거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는 데 큰 비용이 들 것 같아 걱정" 이라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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