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빛바랜 사진 속의 어머니'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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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사를 하는 날이면

제일 먼저 어머닌

빨랫줄을 걷어 챙기셨다

이삿짐을 풀고 나서 집안정리가 끝나면

옮겨간 새 집 마당에

제일 마지막으로

빨랫줄을 거셨다

빨랫줄이 걸리면서부터

새로 옮긴 집의 구도가 완성되었다

허공에 걸린 줄 하나로

우리가 살 집의 구도가 완성되어가는

그런 안정감

- 김용범(46)

'빛바랜 사진 속의 어머니' 중

시인에게 처음 말을 가르쳐 준 사람은 어머니다. 어머니는 말을 가르쳐 줄 뿐만 아니라 말 없이 사는 법을 가르쳐 준다.

김용범에게 빨랫줄은 어머니와의 끊어질 수 없는 목숨들이다.

허공에 걸린 줄 하나가 삶의 구도를 완성하고 가정을 안정시키듯 어머니에게 달려가는 생각 하나로 시를 쓰고 생활도 한다.

마당이 있고 빨랫줄이 걸려 있는 고향집의 어머니가 보인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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