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중소기업 상속세부담 줄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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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전에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몇명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최근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강화돼 기업하기가 나아졌지만 상속세 부담이 너무 높아 여전히 곤혹스럽다고 했다.

한 분야에서 일류기술을 가진 기업을 일궈낸 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은 있으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여의치 못해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더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기업에 대한 상속세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매우 무거운 편이다. 40% 내외의 상속세 부담에 다시 시가의 30%에 달하는 할증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부의 세습을 차단하기 위해서라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의 경우 중소기업의 사업승계를 돕기 위해 대기업보다 30%의 세부담을 경감해 주고 있다. 지난해 말엔 경감률을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했다고 한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경제정책 운용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마당에 기업의 경영의욕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흘러가서는 곤란하다.

무엇보다 경영권이 포함된 주식에 대한 20~30%의 할증 과세제도는 상속주식을 시가의 20~30% 이상 프리미엄을 받고 팔 경우에나 적용해야 한다.

제대로 거래조차 되지 않는 비상장주식에 대해서까지, 그리고 창업주 사후에 기존의 거래선을 유지하고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중소기업에 대해서까지 한꺼번에 무거운 부담을 지운다면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상속세 분할 납부기간을 늘려야 한다. 일본은 20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하지만 우리는 최장 7년에 불과해 단기간에 높은 세부담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분할 납부기간 중 적용되는 이자율(11%)을 재고해야 한다.

이는 계열기업간 자금거래에서 이자소득이 탈루되지 않도록 적용하는 인정이자율에 근접할 만큼 높은 수준이다.

일본이 올 4월부터 이를 5.4%에서 3.6%로 하향조정한 점을 보더라도 차제에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하는 이러한 제도들은 시정돼야 할 것이다.

엄기웅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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