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약사회, 임의조제 해석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7월 약사법 개정을 앞두고 임의조제의 해석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쟁점이 되고 있는 분야는 PTP나 알루미늄 포일 등 포장지에 싸인 알약. 현행 의약분업안대로라면 일반의약품의 경우 약사가 환자에게 여러 종류의 약을 낱개로 뜯어 혼합해 팔 수 있다.

포장지엔 제품명이 명기되어 있으므로 낱개로 팔아도 부작용이 없다는 취지에서다. 환자가 이들중 특정상품을 지정해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문제는 환자가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약사가 일반의약품중 서너 종을 낱개로 뜯어 혼합해 파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것.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은 부작용이 적어 의사 처방전이 필요없으며 수천개에 달하는 일반의약품을 환자들이 일일이 모르는만큼 환자에게 조언하는 입장에서 약사가 증상을 듣고 약을 판매하는 것은 합법적인 혼합판매" 라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일반의약품이라고 할지라도 환자의 증상을 듣고 약사가 약을 혼합판매하는 것은 약사가 의사의 역할을 대신하는 명백한 임의조제라고 주장한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이종철교수는 "위암같은 중병도 초기엔 가벼운 소화불량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며 "약사의 문진만으로 일반의약품인 소화제를 복용할 경우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고 말했다.

의료계는 임의조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포장지 알약의 최소판매량을 30정으로 제한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약사들이 낱개로 뜯어서 혼합해 파는 방식을 원천봉쇄하자는 뜻.

그러나 소비자인 환자들이 아스피린을 구입하는데도 불필요하게 한꺼번에 30정씩 사야하므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때문에 등장한 중재안이 영양제를 제외한 치료 목적의 일반의약품의 경우 10정으로 최소판매량을 하향조정하자는 방안.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양길승씨는 "10정으로 최소판매량을 제한할 경우 소비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약사들이 낱개로 뜯어 혼합판매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고 주장했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일반의약품은 약국 외에 슈퍼에서도 판매하며 대부분 낱개가 아닌 10정 단위로 팔고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은 상태.

그러나 포장지 알약의 판매방식은 의약분업의 가장 중요한 쟁점중 하나인만큼 의약계는 물론 소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혜걸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