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총리서리 인사청문회 답변 스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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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사청문회 첫날인 26일 이한동 총리서리는 특위위원들의 공격을 피하는 다양한 수비책을 선보였다.

예상질의에 대해 먼저 말을 해 위원들을 머쓱하게 하거나, "이상한 생각하지 말라" 고 자르기도 했다.

민감한 질문에 대해선 "허허" 하고 웃거나 "잘 모르겠는데…" 라고 넘겼다.

◇ 쟁점 김빼기〓李총리서리는 모두발언에서 예상쟁점을 두루 언급했다.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공격을 의식한 듯 "고교때 꽁보리밥 두끼로 배를 채우며 학교를 다녔다" 고 했다.

'말바꾸기' 에 대해선 "험난했던 헌정사와 격동하는 정치현실 속에 개인이 원칙과 소신을 일관되게 지킨다는 것은 어렵다" 고 밝혔다.

李총리서리는 국정수행 능력을 보이려 ▶정보화▶통일▶환경▶경제▶교육등 현안에 대한 생각을 내보이기도 했다.

◇ 답변 늘이기〓제한시간내에 질의와 응답을 마쳐야 하는 점을 활용하려는 듯 최대한 답변시간을 늘렸다.

그러자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李총리후보에게 "답변을 짧게 하는 것도 국정수행 능력" 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 기세 누르기〓6선인 李총리서리는 초선의원들이 질문할 때면 농담으로 넘기거나 질의 중간에 말을 자르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연천 분수림권이 수억원대의 가치가 있다" 고 하자 李총리서리는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같다" 거나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줄 알았으면 기증하지 말 걸" 이라며 넘겼다.

1960년대 농지매입 문제를 거론한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에게는 "참…나…, 엄청나시네요. 그런 걸 다 찾아내셨어요. 설명하긴 긴데" "분명히 아세요" 라고 답변.

◇ 난 모르는데〓李총리서리는 "고문 호소를 묵살했다" 는 이른바 고려대 '검은 10월단' (73년)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 이라고 말했다.

또 12.12사건이나 광주시민항쟁에 대해서도 "정치입문 당시 구체적으로 광주에서 일어난 일 자세히 몰라요. …몰라요" 라고 흐렸다.

◇ DJ에겐 깍듯〓김대중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이병석 의원이 겸직이 금지된 국정원장이 방북 당시 대통령특보였던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고 하자 그는 "법에 어그러지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의 통치행위이므로 법률적인 것만으로 당부를 논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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