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총리 충청 방문, 소통 정치의 출발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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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현 정권이 충청도민에게 세종시 수정(修正)의 불가피성과 대안(代案)의 효용성을 호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취임 후 네 차례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 성난 주민들이 계란을 던지고 고성으로 분노를 표출해도 중단하지 않고 지역에 내려갔다. 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전에 내려가 오찬 간담회를 했다. 그는 “충청도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고 헌신하신 분들이 역사적으로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정권에 넘겨도 되는데 굳이 자신이 세종시 수정을 추진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나라를 위한 것이며 종국엔 이를 충청도와 국민이 이해해 줄 것이란 신념을 피력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TV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후회·사과·결의를 표명한 이래 대통령이 현장에 간 것은 처음이다.

국가적 논란이 뜨거운 정책을 추진할 때 대통령을 필두로 정권이 반대자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국정운영의 기본이다. 현 정권은 이 기본을 소홀히 해서 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 촛불 파동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대국민 소통에 주력했다면 미신·선동과 비(非)과학에 정부가 유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종시는 정부가 약속을 뒤집는 것이어서 사전 소통이 더욱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권의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지난 9월 초 총리 내정자가 불쑥 ‘수정’을 꺼내는 바람에 충청도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다. 세종시가 상당 부분 감정의 문제로 비화된 데는 정부의 실책이 큰 것이다. 늦게나마 대통령과 정부가 현장을 찾아 설득 노력을 벌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로 크게 환영한다.

이번에 세종시에서 보여준 대통령과 정부의 소통 노력이 주요 국정사안에도 골고루 적용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4대 강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기술의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야당·시민단체와 많은 국민은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다. 꼭 4대 강을 동시에 해야 하는 것인지, 지천으로 흘러 드는 오염물질을 막을 방도는 있는지, 준설의 깊이는 적절한지, 대통령과 관련 장관들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야당이 예결회의장을 점거하고 맹목적인 반대투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야당이 그런 일에 돌진하는 것은 상당수 국민의 의구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세종시의 충청도민’뿐만 아니라 ‘4대 강의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도 외면해선 안 된다. 대통령의 설명이 합리적이고, 많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면 야당의 극한적인 투쟁은 제풀에 동력(動力)을 잃을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건강보험 개혁안을 추진하면서 의회를 찾아가고 수십 명의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렀다. 이런 노력이 열매를 맺어 개혁안은 의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통령의 소통 노력과 다수 국민의 이해가 있으니 야당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