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역습’ 2등주가 1등주 추월하고 … 중소형주, 대형주 제치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그간 크게 벌어졌던 격차를 메워 가는 ‘키 맞추기’ 현상으로 보고 있다. 아랫목부터 데워진 온기가 경기회복세에 맞춰 윗목으로도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는 적극적인 해석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23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한 달간 업종별 1등 주들은 평균 0.01% 오르는 데 그쳤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반면 업종 내 2등 주는 평균 1.86% 올랐다. 18개 업종 중 11개 업종에서 2등 주의 상승률이 1등 주를 앞섰다. 올 연초 이후 1등 주가 58.87% 상승하는 사이 2등 주는 44.40% 오르는 데 그쳤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전기전자 업종의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간 2.12% 올랐다. 하지만 2등 주인 LG전자는 9.26% 오르며 뜀박질을 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업종의 2등 주인 하이닉스는 15% 이상 상승했다.


자동차 업종의 경우 현대차(10.29%)가 선전했지만 기아차(14.45%)의 도약 폭이 더 컸다. 통신업종에서는 SK텔레콤이 -0.85%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는 사이 KT가 2.92% 오르며 약진했다. 음식료업종에서는 롯데제과(1.83%)가 1등 주인 CJ제일제당(-8.72%)을 앞섰다. 중소형주와 코스닥의 강세도 눈에 띈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6.42% 오르는 사이 코스닥지수는 10.44%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은 22일 차익 매물이 나오며 하락 반전했지만 전날까지 9일 연속 상승 행진을 벌였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위기 때는 아무래도 쓰러질 위험이 덜한 대형주·초우량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위기가 한풀 꺾이면서 그간 덜 오른 중소형주 등이 빛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의 약진은 특히 LCD·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하고 있다. 대형 IT주들이 3분기에 워낙 좋은 성적을 낸 터라 4분기에는 이익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소형 종목은 시차를 두고 4분기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소형주의 강세가 장기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김 팀장은 “아직은 증시가 조정기라 ‘키 맞추기’가 벌어지고 있지만, 증시가 다시 추진력을 확보하면 결국 IT·자동차의 기존 주도주들이 재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