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프로젝트 중간점검] 3. 성패가를 패션어패럴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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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시 동구 봉무동 팔공로 주변. 길 옆에 화훼단지가 들어서 있고, 옆으로는 논이 이어져 농촌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내년이면 이같은 모습도 사라진다. 쇼핑몰과 패션업체.호텔 등이 들어서는 초현대식 패션단지로 바뀐다. 바로 패션어패럴밸리가 들어설 곳이다.

대구시는 패션어패럴밸리의 기본계획이 세워지고 실시설계가 끝나는 내년 중반께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 패션어패럴밸리〓봉무동 30만평에 들어선다.

대구시의 기본구상은 패션제품 도.소매시장, 원단전시장, 패션제품공장과 패션가가 있는 세계적인 '패션테마파크' 로 만든다는 것이다.

30만평 가운데 10만평엔 패션.봉제업체가 입주한다. 패션.봉제전용공단인 셈이다. 밸리의 중심에는 패션단지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패션가가 만들어진다.

패션가 양쪽엔 패션제품의 전시.판매.제조가 가능한 건물 30여동을 짓는다.

1층은 전시장, 2층은 사무실, 3층은 봉제공장, 4층은 직원기숙사 등이 들어가는 식이다.

또 단지 안에는 지상 15층짜리 섬유컨벤션마트를 지어 국제회의나 각종 행사, 패션제품의 상설전시, 해외 바이어들이 거주하는 오피스텔로 활용한다.

단지가 젊은이와 외국인이 드나드는 곳임을 고려해 음악당.영화관.옥외공연장.호텔.금융기관 및 스포츠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단순히 패션제품이 만들어지는 공단이 아니라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단지 안에는 5만여평의 주거지도 확보해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짓고, 달서구 성서공단에 있는 한국섬유패션대학도 이곳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패션어패럴밸리는 섬유산업의 최종 단계인 옷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밀라노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시설" 이라며 "단지 개념을 잘 설정해 주목을 받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패션단지' 가 되려면〓대구시는 "이곳을 세계적인 패션단지로 만들겠다" 며 의욕에 차 있다. 하지만 여건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역의 패션.봉제업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고, 국내.외국의 패션업체를 유치하기도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많은 돈을 들여 만드는 만큼 업체를 제대로 유치해야 하고, 사람들도 모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규모 '생산' 보다는 '판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류 소매상 유치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대문시장처럼 유행의 흐름을 빨리 포착할 수 있는 소매상인들이 많으면 고객들도 늘어나 단지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영남대 김태훈(金泰勳.의류학)교수는 "교통.환경.시설 등을 잘 구축해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입주업체에 대해서는 세제상 혜택을 주는 등 활성화 방안을 치밀하게 짤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기환.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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