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장군도 수중성 무관심 속 훼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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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선시대에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전남 여수항의 장군도(將軍島) 수중석성(水中石城)이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훼손되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인데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훼손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복원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여수 장군도와 돌산도 사이 바다에 있는 길이 60m, 너비 10~30m의 수중석성은 광해군 3년(1497년)에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이량(李良)장군이 해적선과 왜적 출몰에 대비해 쌓은 것으로 바다 속에 성곽을 쌓은 국내 유일의 수중성이다.

이 수중성에 관한 기록은 호좌수영지(湖左水營誌).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등에 있으며, 장군도에는 이량장군 비석이 있다.

그러나 이제껏 사적.기념물은 물론 향토자료로도 지정되지 않은 채 선박 항로로 이용되면서 빠른 물살에 쓸려 훼손되고 있다.

현재는 수중성의 자취가 썰물 때에나 석축 일부가 드러나고 있는 정도다.

최근 여수시가 시행한 '장군도 호안석축공사' 도 "역사적 유물에 대한 문화재 지정에는 관심없는 근시안적 행정" 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지난달 빠른 물살 때문에 장군도 해안이 휩쓸린다며 3억원을 들여 길이 90m, 높이 2m의 콘크리트 벽을 쌓아 더욱 볼썽사납게 만들어 놨다.

여수항을 찾는 관광객들이 장군도의 5백년 역사와 아담한 자태에 찬사를 보내는데도 시는 문화재적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

여수시 박정배 문화재계장은 "현재 장군도와 수중성의 문화재 지정을 위해 관련 사료를 모으고 있다" 고 밝혔다.

여수〓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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