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주택 '인간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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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나는 비네

서로의 가슴에서 잠들 수 있기를

새의 깨끗한 노래로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베고니아 꽃 앞에 서기를

사색과 묵상으로 고른 숨을 쉬기를

서로 가슴을 열고

서로의 계명으로 노래 부를 수 있기를

옭아 죄고 할퀴고

핏발 세우던 사람들이

한 겹 한 겹

피가 돌아

개화의 눈물겨운 용틀임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 박주택(41) '인간 2'

하루를 여는 아침엔 하루분의 기도라도 있어야 한다.

나만의 이익과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람들에게 더 쓸모가 있게 되기를, 그런 일에 게을리하지 않기를, 나로 하여 고통받고 상처받는 이가 없게 하기를, 가슴을 열고 거울 앞에 꽃 앞에 서야한다.

그렇게 나를 위한 기도, 너를 위한 기도는 있어야 한다.

돌아와야 한다. 사람의 병을 고치러 왔다가 사람을 버리고 떠난 의사들도, 아니 제자리를 떠난 우리 모두.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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