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용적률 상향 규제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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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는 23일 건축규제가 까다로운 지역을 규제가 약한 용도지역에 슬쩍 포함시켜 한꺼번에 고층 건물을 짓는 소위 '붙여짓기' 건축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며 건축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개정안 내용이 '붙여짓기' 관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반쪽의 제동' 역할 밖에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요지는 '이미 붙여짓기한 곳의 인접부지를 포함해 2차 붙여짓기를 할 경우에만 추가되는 부지에 대해서 그 부지 원래의 용적률을 적용하겠다' 는 어중간한 내용이다.

◇ 편법적 용적률 상향 못막아〓건축법(제46조 1항)에 따르면 건축물의 대지가 (2개 이상의)지역.지구 등에 걸치는 경우 전체 부지의 과반(過半)이 속하는 지역 등에 관한 건축 규정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법 조항대로라면 상업지역 1천평과 전용주거지역 9백평을 묶어 건축물을 짓고자 하는 경우 과반이 넘는 상업지역의 용적률이 적용돼 2층 이상 건물을 못 짓게 돼 있는 전용주거지역에서도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건축법 조항 때문에 일반주거지역은 물론 전용주거지역에도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폐단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봄 한 건설회사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전용주거지역 2천9백평을 인접 일반주거지역 6천여평에 포함시켜 47층 건물 신축허가를 받았다.

이때문에 인근 주민들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든지 이 일대를 전용주거에서 해제해 달라' 며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과연 붙여짓기 건축 관행에 쇄기를 박을 수 있을런지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붙여짓기를 막지도 못하면서 2차 제동이 제대로 될지 궁금하다는 지적이다.

◇ 개정 노력 않고 상위법 탓만〓서울시 관계자는 '1차 붙여짓기의 경우 상위법인 건축법에 이미 허용된 사항이라 하위법인 시 조례에서 규제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다만 "건축법 43조 3항에서 지자체가 조례에서 적용 방법을 따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도록 돼 있어 건축 조례에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고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만 했다.

더욱이 그는 "아직 건축법 개정을 건의한 적은 없다" 면서 "입법예고 과정에서 여론을 봐가며 법 개정 건의를 추후 검토해 보겠다" 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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