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았습니다] 학습용 유료전화퀴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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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주부다. 며칠 전 전화요금 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금액이 14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평소 아무리 많아야 3만원을 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같은 요금이 나온 데에는 무엇인가 착오가 있다고 판단, 통신회사에 문의를 했다.

그곳 직원은 정보이용료가 13만원이나 나왔다고 답했다.

700-4445라는 전화서비스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아들이 쓴 전화다.

광고요원이 학교 앞에서 아이들에게 '포케몬 스티커' 를 돌리며 거기에 씌어진 번호로 전화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이 서비스는 '학습모험' 이라는 이름의 전화 퀴즈였다. 30초에 1백원이라는 적지 않은 이용료를 내야 하는데 첫 문제가 나오는데 5분 가까이 걸렸다. 내용 역시 학습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이었다.

백보 양보해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비용이 이렇게 많이 들면 업체는 당연히 부모의 허락을 받고 전화를 쓰도록 권하는 게 이치에 맞다고 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판촉물을 이용, 전화를 유도한 이 업체의 얄팍한 상혼이 씁쓸했다.

강미경 <전북 군산시 나운동>

유료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제로텔레콤의 장경남(張景南)대표는 “우리가 하는 영업은 법적으로는 하자는 없다”면서 “그러나 고객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과도한 액수의 사용료가 나오고 부모들의 항의가 있으면 확인절차를 걸쳐 환불해 준다”고 말했다.

張씨는 또 이 회사의 영업행태에 대해 “주고객층이 어린이지만 부모들의 동의를 일일이 얻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모험’이라는 프로그램은 각급 학교 교과서 내용에 충실한 것이라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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