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신드롬' 현상 벌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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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다치지 말자. " "몸조심 하자. "

사상 유례없는 병.의원 폐업으로 사회 곳곳에 '의료공백 신드롬' 이라 불릴만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치거나 아파도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해 "아예 병원에 갈 일을 만들지 말자" 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 학교 현장〓의료공백에 따른 영향을 크게 체감하는 곳은 학교. 체육도 쉬운 운동으로 하고 경남 진주시 K초등학교 등에선 야외학습이 취소됐다. 또 행사들이 취소되고 학교마다 식중독 등 안전사고 예방에 분주하다.

22일 오전 경남 창원공설운동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00년 경남 초.중 학생체육대회' 개회식이 취소됐다.

5천여명의 선수들은 창원.마산.진주 등 다섯곳의 경기장으로 바로 가서 경기에 들어갔다.

대회 관계자는 "이동거리를 단축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며 전염병도 우려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창원시 S초등학교는 등교시간 교통안전지도 요원을 폐업 사태 이후 4명에서 8명으로 두배 늘렸다.

집단급식에 따른 식중독이나 전염병 예방도 큰 일. 경남도교육청 고영환(高永煥)장학관은 "전염병.안전사고에 유의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다" 고 말했다.

이 와중에 지난 21일 전주시 기전여중.고와 전일중 등에서 학생 1백27명이 집단 식중독을 일으켜 교육당국이 물을 끓여먹게 하는 등 위생지도를 강화했다.

22일 오후 현재 68명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마산시 K초등학교는 철봉.그네 등 체육시설을 안전점검했다.

◇ 신 풍속도〓대학생들의 종강 파티도 사고를 우려, 크게 줄어 충남대와 한국과학기술원 인근인 대전시 궁동의 대학촌도 예년과 달리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술 기운 끝의 싸움 등을 우려한 듯 유흥가 손님도 줄었다. 대전시 유성 B단란주점 주인 박경일(朴京日.34)씨는 "폐업 첫날인 20일 이후 손님이 종전보다 30% 정도 줄었다" 고 말했다.

안전운전에 신경쓰면서 교통사고도 줄고 있다.

지난 18일 1백20건이 발생했던 광주.전남 지역의 교통사고는 19일 96건, 20일 92건 등으로 하루 평균 20여건이 줄었다.

사고를 의식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운수회사들의 안전교육도 강화돼 광주시 중앙부름택시는 20일부터 30분씩 기사들에게 특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원 金모(39.광주시 동구 운림동)씨는 "요즘 동료들의 인사말이 '아프지 말자' 로 바뀌었다" 며 "생명을 담보로 한 의사들의 행동은 지나친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상진.구두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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