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 장관 '거래허가구역' 지정권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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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6일 땅값 안정대책을 내놓은 것은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땅값이 무서운 기세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택지는 물론 공장 부지 값까지 올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땅을 사들이는 절차나 요건을 다소 강화한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 얼마나 올랐기에=건설교통부는 3월 전국 땅값이 전달보다 0.348% 올랐다고 밝혔다. 1분기 전체로는 0.758% 올랐다. 지난해 1분기 상승률(1.36%)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은 급등했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은 3월에만 6.341% 올랐다. 전국 평균의 18배다. 연기군의 1분기 상승률은 9.56%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1분기에 땅값이 1% 이상 오른 31개 지역이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토지투기지역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투기대책으로 묶어 놓았는데도 값이 계속 오른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투기억제용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투기지역'이 '정부 공인 유망 투자 지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시책을 추진한다며 동시 다발로 쏟아내는 개발계획들이 전국의 땅값을 뒤흔들었다고 지적한다. 정부야말로 땅값을 부추긴 장본인이라는 비판이다.

◆ 어려워진 임야 매입=지금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300평 초과 임야(산)는 해당 시.군뿐 아니라 그곳에 닿아 있는 시.군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도 살 수 있다. 그러나 9월부터는 땅이 있는 시.군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만 임야를 살 수 있다. 허가구역에서 150평을 초과하는 농지를 취득할 때와 똑같은 규제가 임야에도 가해지는 것이다. 경작 의무가 없는 임야는 그동안 외지인들의 투기 온상이었다.

1개 시.군에 대한 허가구역 지정권을 지방자치단체장뿐 아니라 건교부 장관도 행사하기로 한 것은 지자체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지자체장들은 땅값이 오르면 지역 내 땅 소유자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 허가구역 지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는 기업도시를 신청하면서도 허가구역 지정 등을 하지 않아 땅값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발 계획이나 규제 완화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미리 허가구역을 지정키로 한 것도 지자체장들의 땅값 올리기를 막고 사업 추진 비용을 줄이려는 취지다.

◆ 효과 있을까=정부는 합동투기단속반을 허가구역에 상주시키고 단속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지난해 상반기 수도권과 충청권 투기혐의자 5만2544명을 지난해 9월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세청은 최근 건교부 자료를 활용해 투기혐의자 1119명을 적발했다. 건교부는 이달 안에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래자 가운데 투기혐의자를 찾아 국세청에 넘길 예정이다. 건교부는 땅을 허가받은 대로 이용하는지 조사해 위반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지 거주자의 명의를 빌리거나 매도자와 이면 계약을 한다면 이런 규제 그물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임야에 앞서 지난 2월 취득요건이 강화된 논과 밭의 경우 3월 들어 거래(필지 수)가 오히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11.2%, 15.4% 늘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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