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방에선] 남항 앞바다 매립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부산은 바다의 도시이다.21세기 부산의 희망은 바다에 있다.부산은 다른 어떤 대도시도 갖지 못한 기암절벽의 해변과 아름다운 백사장,우리 나라 제1의 항만시설을 가진 도시이다.

부산은 더 이상 제2의 도시가 아니다.우리 나라 역사상 근대에 부산은 일본제국주의의 대륙침탈의 교두보로서의 기능을 강요 받아왔다.도시의 기반시설과 주요한 항만,교통시설이 기형으로 발달되어온 큰 원인이 바로 이러한 이유에 있다.

지금도 부산은 여전히 중앙 중심의 발전과 개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부산이 가진 자산과 자원에 대한 자치적 판단과 정책으로 도시발전의 미래를 기획해 본 예가 없는 것이다.

한 때 부산시장(당시 관선 安相英 시장·현 민선시장)은 부산 남항을 매립하여 거대한 인공섬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개발론자들조차 그 계획의 무모함과 황당함을 거론하면서 반대하였다.이 계획은 결국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낭비한 채 무산되고 말았다.이같은 인공섬 건설을 부산시가 다시 추진하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시가 최근 발표한 제2차 공유수면매립계획에 남항 앞바다 매립 계획이 포함된 것이다.부산시가 이번에 발표한 향후 10년간 바다매립 계획은 모두 20곳에 6백만평이나 된다.이는 부산 영도섬 3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면적이다.

이 계획에는 또 다대포 몰운대와 매립 등이 포함되어 지역 사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백두대간의 바다의 꼬리로 불리는 몰운대는 넓은 백사장과 수려한 경관,장엄하기도 한 일몰의 장관으로 하여 내외의 자랑거리이다.“친수공간 확보”라는 이유로 몰운대 백사장 주변을 매립하겠다는 발상은 정책 입안자의 횡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객관적 근거에 의해 계획 자체가 폐기·중단된 인공섬 매립 계획은 다시 추진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이자 환경의 시대이다.부산은 계속 바다의 도시로 남아야 한다.

구자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