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nhagen 리포트] “기후회의 승자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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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코펜하겐 유엔기후변화 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가운데 회의 참가국 및 관련자 사이에서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중국 만만찮은 협상 기술 과시”=FT는 코펜하겐 회의의 승자로 중국과 기후변화 회의론자, 덴마크 경제를 꼽았다. 이 중 단연 주목할 승자는 중국이다. 좌초될 위기에 처했던 코펜하겐 협정이 회의 폐막 직전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의 양자 회담에 의해 극적으로 성사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국제 문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요 2개국(G2)의 위상을 전 세계에 재각인시켰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대표로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과시하며 중국의 입장이 상당히 반영된 협정 문안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FT는 이에 대해 “중국이 만만찮은 협상 기술을 과시하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국에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기후변화장관은 영국 가디언지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중국이 합의안 도출을 가로챘다”고 비판했다.

중국 못지않게 실익을 챙긴 건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다. 이들은 이번 회의에서 탄소 배출량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크게 안도하고 있다. FT는 또 192개국 대표와 120개국 정상을 포함, 환경단체 회원과 취재진 등 2주 동안 수만 명이 코펜하겐으로 몰려들면서 ‘코펜하겐 특수’를 누린 덴마크 경제도 이번 회의의 수혜자라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회사는 울상=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문 채택이 물 건너가면서 재생에너지 회사와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이번 회의의 결정적 패자가 됐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상한선 등이 규정되지 않은 탓에 그린 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 결정을 목전에 둔 재생에너지 기업은 당혹스럽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의욕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나오지 않아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기대했던 업자들도 울상이다. 바클레이즈캐피털의 트레버 시코르스키는 “코펜하겐 협정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훼손시켰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변화의 위험이 잔존하면서 지구도 이번 회의로 피해를 본 셈이라고 FT는 덧붙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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