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클럽] 하릴 다으 주한 터키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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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인과 터키인은 중앙아시아에 '같은 뿌리' 를 두고 있는 형제입니다. 이번에 발족하는 한국.터키 친선협회는 양국간의 형제애를 되살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릴 다으(62)주한 터키대사는 오는 21일 열리는 한.터 친선협회 창립식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터키는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등 그동안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아직까지 민간교류 단체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터키는 한국전쟁 때 1만5천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였다. 그러나 이를 아는 한국인은 드물 뿐 아니라 터키군 전사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도 별로 없다.

반면 터키인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 1등국' 으로 인식돼 있다고 한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터키인은 자신을 '코렐리(한국인)' 라고 생각할 정도로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

한국에 부임한 이후 친선협회를 만들고자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했다는 다으 대사는 "포기 상태에 있을 때 '기적' 이 일어났다" 고 회상했다.

그 '기적' 은 바로 지난해 8월 터키 전역에서 발생한 대지진이었다.

당시 한국정부가 터키 지진 복구 지원금으로 7만달러를 보내자 일각에선 "전쟁 때 도와준 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이시형 박사.손광운 변호사.이희수 교수(한양대) 등을 중심으로 '터키의 아픔을 함께하는 사람들' 이라는 모임이 생겼다.

이들은 모금활동을 통해 모은 13억원의 성금을 터키에 보냈다.

이로써 한.터키간 민간 교류의 물꼬가 트였고 이번 한.터 친선협회는 이를 공식화한 셈이다.

"터키 지진 때 보여준 한국인의 사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고 말하는 다으 대사는 "정부간 관계는 철저한 이해관계에서 비롯되지만 시민간의 교류는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며 "이번 친선협회가 생기면 좀더 많은 대화와 교류가 오갈 것" 이라고 말했다.

다으 대사는 "6.25 50주년을 맞았지만 한국정부로부터 아직까지 참전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지 못했다" 며 "올해 처음으로 터키 참전군 5명이 한국을 방문하니 따뜻하게 맞이해달라" 고 부탁했다.

오는 10월 한국에서의 임기를 마지막으로 퇴임할 예정인 다으 대사는 고향 이스탄불에 돌아가 한.터 친선협회 일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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