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한국형 토슈즈 필요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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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발레리나에게 있어서 토슈즈(포인트 슈즈)란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발과 완전히 밀착돼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예술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악한 것이 우리네 현실. 국내에는 토슈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가 드물어 무용수 대부분이 한 켤레에 7만~15만원짜리 수입 토슈즈를 신어야 한다. 게다가 아무리 비싼 토슈즈라 해도 완벽하게 맞지 않는다.

토슈즈의 수명은 1~2주일. 전막 발레의 주역무용수는 한 번 신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전체 소비량이 적지 않은 셈. 더구나 토슈즈를 잘못 신으면 척추에 무리가 가는 데다 특히 국내에서는 어릴 때부터 무리하게 토슈즈를 신는 경우가 많아 더더욱 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 송미선(21).예라영(22).박은혜(21)씨는 그동안 수수방관해온 이런 문제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 무용수들은 신발을 고르듯 사이즈만 맞춰 토슈즈를 신고 있어요. 토슈즈는 발가락 길이, 발 모양, 무대의 바닥재질, 작품의 내용 등 많은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게 골라 신어야 하는데 말이예요. "

이들이 '토슈즈 연구가' 가 된 것은 지난해말 '더 포인트 북(재니스 배린저.세러 슐레신저 공저)' 을 번역하면서부터. 내년 정식 출판을 준비 중인 이들은 무용수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는 등 토슈즈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지난 10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민족춤제전' 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토슈즈 신어보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 이들의 소망은 우리 발에 맞는 '한국형 토슈즈' 생산이 이뤄지는 것.

"외국의 유명 발레학교에는 발레리나가 어릴 때부터 맞춤 토슈즈를 신도록 전문제작사가 정해져 있죠. 그러니 특성을 잘 알아 꼭 맞는 토슈즈를 만들어 줄 수 밖에 없죠. 이렇게까지는 못되더라도 마라톤 선수의 운동화처럼 토슈즈도 의사.스포츠전문가들이 연구해 과학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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