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컨설팅] 판교 소프트밸리 조성 가능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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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토지공사가 성남 판교 일대에 소프트 밸리 조성 방안을 내놓았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판교권 개발은 언제 가능하며, 기사 내용처럼 토공이 과연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인섭 <성남 분당 야탑동>

판교 일대 개발을 놓고 말이 많다. 그동안 성남시와 토지공사는 서로 이곳을 개발하겠다고 경쟁을 벌여왔다.

성남시는 관할 지역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토공은 택지개발 승인권자인 건설교통부의 산하기관이라는 배경을 믿고 개발권을 확보하려 했다. 특히 성남시는 첨단 정보단지 조성과 함께 전원형 자족 주택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아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김윤기 건설교통부 장관은 "교통.환경.인구 유입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판교 개발을 전면 유보한다" 고 밝혔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판교 개발권 확보 경쟁도 물밑으로 숨고 말았다.

이런 마당에 토공이 1백90만평 규모의 판교 개발예정지 가운데 74만평에다 소프트 밸리를 조성한다는 안을 들고 나와 당황하게 만들었다. 실행 여부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그야말로 개발 방안에 불과하지만 숨죽여있던 판교 개발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교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 는 반응이고 성남시도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 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까지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마당에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감히 판교 개발을 거론할 수 없는 처지인 것은 사실이다.

미묘한 시기에 토공은 이런 계획을 내놓은 배경은 무엇인가.

토공 사장 출신인 김 건교장관 재임 때 판교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한 속셈인가, 아니면 정말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가.

토공의 공식 입장은 실현 여부와 관계없이 단순히 개발 방안을 마련해본 것에 불과하다는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토공 관계자는 "판교 개발에 대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당시 마련한 안을 한 경제신문이 과대 포장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신문 보도 당시 건교부도 즉각 "검토한 사실이 없다" 는 해명자료를 뿌렸다. 당분간 판교 개발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건교부의 의지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판교 개발설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준농림지 폐지 방침이 나오면서 판교 개발설은 더욱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택지가 부족한 마당에 계획 개발이 가능한 판교를 마냥 놀려둘 수 만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욱이 분당 일대에 벤처기업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판교 개발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는 크다.

최영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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