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생생한 평양TV 생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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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디어 이벤트로서 이번 생중계가 우리 국민에게 준 충격은 1969년 미국 '아폴로11호'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라디오로 중계했던 것과 맞먹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의 TV생중계를 지켜본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오택섭 교수의 표현이다.

이처럼 13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연출한 남북 정상의 만남은 앞으로 세계 미디어사에 길이 남을 사건으로 기록될 게 분명하다.

당초 방송은 남북 정상회담 보도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북한측의 보도통제가 심할 것으로 예상해 金대통령의 평양 도착과 출발 소식 정도만 국내 이동 송출장비인 SNG로 생방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같은 추측은 한낱 기우로 판명났다.

2인1조로 나눠진 4개의 ENG팀은 활발한 취재활동을 통해 거의 시차 없이 다양한 화면을 수시로 전송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남북 정상들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아무런 꾸밈없이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방송진흥원의 이우승 책임연구원은 "생중계를 통해 보여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더 이상 부정적 신비감에 싸여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며 "이같은 영상이 주는 '희망적 '메시지 자체가 남북관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 사건" 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승관 교수는 "두 정상의 만남 과정이 생중계된 것은 그동안의 남북 접촉이 비공개적으로 진행된 것과 달리 이제 시청자의 열린 눈앞에 바로 가시적인 성과로 공개되는 극적인 변화를 뜻한다" 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화면은 두 가지 형태로 전송돼 안방에 전해졌다. 金대통령의 도착장면을 잡은 생중계 화면은 SNG를 통해 이뤄졌다.

남측 취재단이 제작한 생중계 화면을 SNG를 이용, 무궁화위성으로 쏘면 서울 광장위성지구국을 통해 각 방송사로 전송된다.

ENG카메라로 찍은 녹화화면은 평양 고려호텔에 설치된 프레스센터에서 조선중앙방송위원회의 시설을 이용, 인도양 상공의 인텔샛위성으로 보내면 금산위성지구국에서 이를 받아 각 방송사로 이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보내진 화면들은 국내 방송사는 물론 외신들을 통해 곧바로 세계로 전송됐다.

미국의 CNN은 '긴급보도(Breaking News)' 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생중계하는 한편 홈페이지(http://www.cnn.com)내에 한국 특집 코너를 마련, 두 정상의 프로필 등을 소개했다.

CNN의 마이크 치노이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항영접이 갖는 상징성을 강조하며 '극적인 전환점(Dramatic Turn around)' 으로 표현했다.

일본의 NHK도 두 정상의 만남 장면을 특보를 통해 거듭 내보냈다.

크레지오(http://www.crezio.co.kr)와 야후코리아(http://www.yahoo.co.kr) 등 인터넷방송도 각각 KBS와 YTN의 보도를 받아 생중계했다.

크레지오의 경우 생중계 5시간 만에 약 47만명의 네티즌이 접속해 뜨거운 호응도를 보였다.

정재왈.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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