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만찬 문배술로 건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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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문배술이 고향인 평양을 찾아간다.

문배술 양조원(경기도 김포시 양촌면)의 이기춘(李基春.중요무형문화재 86호)사장은 11일 "남북정상회담 2차 만찬행사에 쓰일 문배술 5백세트가 지난 8일 비행기와 육로편으로 평양에 간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평양으로 간 문배술은 4백세트(7백㎖짜리 1병씩)가 만찬 참석자 2백명분으로 공급되고 나머지 1백세트(4백㎖짜리 2병씩)는 선물용으로 쓰인다. 문배술잔 3백개도 따라갔다.

李사장은 "증조 할아버지때부터 평양 대동강변에서 제조해 '평양 명주' 란 이름까지 얻었다가 6.25때 남한으로 내려와 제조비법을 지켜온 술이라 이번 평양 재입성은 이래저래 의미가 크다" 고 말했다.

2차 만찬행사에 참석하는 남북 정상과 양측 참석자들은 위스키나 보드카.마오타이 술이 아닌 우리 전통민속주인 문배술로 회담의 성공을 기리게 되는 것이다.

이 술은 마실 때 토종 배인 문배의 향과 같은 독특한 향이 난다 해서 문배술로 이름붙여졌다.

좁쌀로 누룩을 만든 다음 수수밥을 섞어 발효시켜 증류해 만든다. 알콜 농도는 40% 정도.

문배술은 미하일 고르바초프.빌 클린턴 등 외빈 접대용으로 여러번 제공됐다.

1990년 당시 애주가인 연형묵 북한 총리가 회의차 남한에 왔을 때도 만찬때 제공돼 칭찬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4대째 제조법을 지켜오고 있는 李사장은 "50여년 이산의 한을 풀 평양 축배에 문배술이 쓰이게 돼 감개무량하다" 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에 평양으로 가는 문배술 제조와 포장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성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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