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게 전달된 오바마 친서 내용 못 밝히는 진짜 이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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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가 8일 성 김 미국 측 6자회담 수석 대표(오른쪽)와 함께 평양에 도착해 걸어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평양 AP=연합뉴스]

뉴스분석  미국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친서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려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보즈워스 방북 때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가 있었으며 북한 정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편지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즈워스는 별도 기자회견에서 친서 전달 과정을 묻는 질문에 확답을 피했다. 대신 “북한의 비핵화 추진을 전제로, 현재 및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미·북 양자 관계의 미래 비전 등을 북한 지도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북아 국가들과 북한 간의 전반적 관계를 증진시킬 방법도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보즈워스는 이어 “김 위원장의 답신을 가져오지 않은 것은 확인해 줄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런 말로 미뤄 오바마의 친서에는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다양한 유인책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보즈워스는 몇 가지 새 사실을 공개했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 “6자회담이 재개되면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는 비핵화, 평화협정, 에너지 및 경제 지원, 관계 정상화,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 등 요소들의 순서 배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북한과 이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특히 평화협정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향후 활동과 관련,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앞으로 수주 동안 주도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첫 번째 실험 단계를 끝냈다고 공표해 6자회담이 열리면 이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키기로 북한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보즈워스의 방북 직전 친서 전달 계획을 한국 측에 알렸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안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바마 정부가 친서 전달 여부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데다 내용에 대해서도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경우 2007년 12월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이 친서 내용 요약본을 공식 브리핑했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워싱턴DC의 외교 소식통은 언론에 공개하기 어려운 제안이 친서에 담겨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만 담겨 있다면 비밀로 할 이유가 없다”며 “오바마가 ‘김정일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는 취임 전 발언을 재차 언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보즈워스가 여러 차례 ‘북한과의 대화가 매우 사무적(businesslike)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며 “이 뜻은 북한과의 대화가 레토릭이나 거대 담론이 아닌, 구체적인 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진행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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