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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있는 테이블] 1. 국제화랑 '더 레스토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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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후 4시쯤 시작하는 독일 바이로이트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음악제는 60~75분간 디너파우제 (공연 중간의 저녁식사 시간)를 끼고 밤 늦게까지 계속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녁식사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극장안이나 인근 레스토랑을 찾거나 극장 매점에서 카나페와 소시지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샴페인을 즐긴다.

예술의 향취에 젖어볼 수 있는 먹거리 공간이 있다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입과 눈, 입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공연장과 화랑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프랑스문화원과 경복궁을 끼고 삼청동 방면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에 아담한 흰색 건물이 눈에 띈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타기도 했던 설치작가 이불씨의 초대전(15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국제화랑이다.

1982년 개관해 국내 정상급 화랑으로 자리잡은 국제화랑(대표 이현숙)엔 이탈리안.프렌치 레스토랑과 찻집이 있다.

2년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갤러리 운영이 힘들어지자 사무실인 건물 2, 3층을 터서 만든 1백20평 규모다. 화랑대표의 예술적 감각을 증명하듯 검정색과 흰색을 주조로 한 모던한 실내 장식이 일품. 3층 일부는 선룸으로 꾸몄다.

음식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지금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엔 앉을 수 없을 정도로 찾는 이가 많다. 주중에는 비즈니스 관계, 주말에는 가족단위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전체 고객의 30%는 외국인이다.

이대표는 "사업상 이곳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도 반드시 갤러리를 둘러보고 간다" 며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갤러리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해 단골이 되기도 한다" 고 말했다. 미술애호가들과 컬렉터들에게는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차와 케이크는 물론, 샐러드.파스타.생선.고기 등의 일품요리와 세트메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레스토랑의 자랑거리는 '트러플 소스 안심 스테이크' 와 '샤프란 소스를 곁들인 해산물요리' . 냉동재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생선은 산지직송 활어, 고기는 한우 생고기만을 고집한다.

일본인 주방장 아베 고이치(41)의 철학이 "퇴근 때는 냉장고를 깨끗이 비우자" 다. 아베는 전시회 오프닝파티 때는 작품의 모티브를 본딴 카나페와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색채 음료수 등 작품 컨셉트와 맞는 아이디어 요리를 개발해 선보인다.

이 대표는 건물 뒤 부지를 이용해 갤러리와 레스토랑을 확장할 계획도 갖고 있다. 2만원부터 시작하는 런치세트, 4만원부터 시작하는 디너세트 등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02-735-8441.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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