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포트] 마늘분쟁 실리도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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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를 3백15%로 올린 한국 정부의 긴급수입제한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조치는 이미 예고됐었다.

단지 한국정부가 "중국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 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중국산 마늘 때문에 한국 마늘농가가 피해를 보았다는 무역위원회의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정부가 두차례에 걸친 양국간 사전협의를 통해 "한국이 관세를 올릴 경우 중국정부는 보복조치를 취하겠다" 고 줄곧 경고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산 마늘의 수입을 억제해야 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은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97년에 3백44만달러 어치를 수입하던 것이 지난해에 8백98만달러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정부에 '마늘수출을 줄이면 다른 수입을 늘리겠다' 는 협조요청을 포함한 사전협의를 하는 등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과 절차를 지켰다" 고 하니 절차에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불만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98년에 ㎏당 3천1백원 하던 마늘 도매가가 99년에 1천9백원 선으로 폭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 마늘의 국내생산은 39만4천t에서 48만4천t으로 늘어난 반면 수입마늘은 3만6천t 수준에 머물렀다.

이 자료에 근거해 중국정부는 "중국산 마늘의 실제 대한국 수출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고 말한다.

"마늘 값이 폭락한 것은 수입이 아니라 국내 생산 때문이므로, 중국산 마늘에 대한 관세인상은 부당하다" 는 항변이다.

문제는 양국의 무역마찰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소비자와 중국수출, 특히 미래의 중국수출이다.

졸지에 네배로 값이 뛴 수입마늘을 사먹는 것은 '농민을 돕기 위해서' 라며 참고 넘어간다고 하자. 그러나 이번 중국의 보복조치로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중국수출 길이 막히게 됐다는 점은 우려된다.

이들 품목의 지난해 수출은 5억1천2백만달러다. 이번 한국정부의 조치로 1천5백만달러 절약하려다가 5억달러를 날리게 된 셈이다.

또 지난해 중국시장은 우리의 전체 무역흑자의 반(중국 48억달러, 홍콩 포함 1백30억달러)을 안겨주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의 보복조치가 사전협의도 없는 일방적 조치이고, 중국수출 피해액의 50배가 넘는 금액의 우리 수출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한 것은 부당하다" 고 할 만은 하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양국의 마찰은 절차를 둘러싼 명분싸움일 뿐 그 싸움이 진행되는 사이에 우리가 보게 될 손실이 너무 크다.

더구나 중국이 아직 WTO 회원국이 아니니 WTO에 제소할 수도 없다.

게다가 만의 하나 이번 사태로 한.중간의 경협무드가 급랭하면 급신장하는 중국 휴대폰 시장뿐 아니라 IMT 2000사업 등 중국의 미래 정보통신시장에 대해 진출기회조차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중국은 아직도 국영무역이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신업은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독점적 국영업종이다.

먼 앞의 큰 그림을 내다보며 명분과 실리를 조화시키는 우리 정부의 현실감 있는 판단이 기대된다.

김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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