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권·언 유착'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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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지난달 25일 일본 총리실 기자실은 발칵 뒤집혔다.

'신의 나라' 발언과 관련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회견을 하루 앞두고 괴문서가 기자실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내일 기자회견에 대한 사견(私見)' 이란 제목의 이 문서는 회견에 대한 조언과 각 언론사의 분위기를 B4용지 한쪽 분량으로 요약한 것이었다.

문서는 "지금까지와 같은 설명을 계속하면 언론들은 결국 '모리 총리 신의 발언 철회 않고 변명 일관' 이란 제목을 달 것이 틀림없다.

총리가 발언을 철회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철회' 로 보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주문하고 있다.

회견 후 많은 신문들은 '사실상 철회' 라는 제목을 달았고, 연립여당인 공명당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문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따돌리고, 예정시간을 넘기지말 것도 당부했다. 실제 회견은 문서대로 진행됐다. 문서는 니시니혼(西日本)신문 기자가 지난 2일 보도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문서 작성 기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총리측도 문서 전달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문서 사건은 일본의 권.언(權言)유착관계의 일단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직업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라고 지적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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