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풀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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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맑은 마음을 풀꽃에 기대면

향기가 트여 올 것 같아

외로운 생각을 그대에게 기대면

이슬이 엉킬 것 같아

마주 앉아 그냥 바라만 본다

눈 맑은 사람아

마음 맑은 사람아

여기 풀꽃 밭에 앉아

한나절이라도 아무 말 말고

풀꽃을 들여다보자

우리 사랑스런 땅의 숨소리 듣고

애인같이 작고 부드러운

저 풀꽃의 얼굴의 표정

고운 눈시울을 들여다보자

- 이성선(59) '풀꽃' 중

풀꽃의 세상이다. 누가 씨 뿌리고 가꾸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잎 피우고 꽃 피우며 살아가는 산과 들이다.

이성선은 이 풀꽃 밭에서 이슬처럼 맑아져서 때구루루 구른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작고 이쁜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많은 사람들이 큰길로 나가서 욕심껏 살고 있는 중에서도 오솔길이나 들길에서 아름다움을 줍는 손길이 있어 시는 외롭지 않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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