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으로 외국인 받아들여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우물안 개구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다 들어오는 외국 개구리에게는 소홀한 점이 있었습니다."

연세대 설립에 기여한 언더우드 가문의 4세 원한광(미국명 호러스 호튼 언더우드.61) 박사가 오는 11월 미국으로 영구출국을 앞두고 21일 오전 한국에 마지막 충고를 했다.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연세대 공과대학원 최고위과정생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세기 국제화'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완전한 국제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물안 개구리'속담을 예로 들면서 원 박사는 "최근 대영박물관에 한국전시실이 생기는 등 한국의 국제화는 많이 진전했지만 불균형 상태"라고 규정하고 "나가기에만 급급해 '우리 우물'로 들어오는 '외국 개구리'에게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해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 학생 수가 16만명에 달하지만 국내로 들어오는 학생 수는 8000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불균형의 예로 들면서 "한국이 좋아 귀화한 외국인조차 자신을 '한국인'이 아니라 '귀화한 사람'이라고 소개해야 한다" 며 한국인의 닫힌 마음을 꼬집었다.

원 박사는 이어 국제신용카드 사용의 불편함, 한국어만 표기된 안내문, 주민번호가 필요한 휴대전화 구입 등 자신이 한국에서 겪었던 사례를 적시하면서 "외국인이 살기 힘든 한국 사회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0여년 한국에 머물며 대학 강단에 섰던 만큼 유창한 한국어로 강연을 이어갔다. 강연 내내 '한국'이라는 말 대신 '우리나라'라는 말을 사용해 남다른 한국 사랑을 표현하기도 했다.

원 박사는 강연 중에 "간다고 하니 다시는 안올 사람처럼 말하는 데 비행기가 있으니 자주 올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