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모의테스트] 상당수 환자 거부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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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거리가 먼 약국에서 왜 약을 짓느냐. "

7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 1층 일반내과 진료실.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은 강선종(56.서울)씨는 정부의 첫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를 거부했다.

유수웅 내과과장이 "모의테스트에 응하면 본인 부담금(한달치 약값)을 나라에서 부담한다" 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유과장이 7월부터는 병원에서 약을 주지 않기 때문에 병원 바깥의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강씨는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종로5가 약국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하느냐. 환자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모의테스트에서 상당수 환자들이 의약분업 자체를 거부하는 등 시행을 불과 20여일을 앞둔 의약분업의 앞날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따라서 강씨와 같은 환자를 설득하는 문제가 의약분업의 제1과제가 될 전망이다.

고재욱 소아과장은 "젊은 아기 엄마도 병원 밖에서 약을 조제해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데려올 경우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면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져 또다른 불편을 낳을 것" 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병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예외를 많이 둔 주사약도 골칫거리였다.

중이염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은 이상례(76.여.서울)씨는 처방전을 받아 병원 옆 J약국을 찾았다. 그러나 주사약 '셉타신주.이세파신주' 가 없었다.

李씨는 약국에 처방전을 제시한 지 20여분 만에 의약품 배송센터에서 배달된 주사약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주사약의 알레르기 반응을 점검하기 위해 李씨는 주사를 바로 맞지 못하고 한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J약국의 한 약사는 "배달 서비스를 통해 약국에 없는 주사약을 조달했지만 배달료를 누가 물어야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고 지적했다.

모의테스트를 주관하고 있는 평가단의 한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는 그나마 의약품 배송센터가 곳곳에 있어 배달시간이 길지 않지만 지방 중소도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고 밝혔다.

특히 환자들은 처방한 약이 제대로 조제되는 지 여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고혈압 환자인 지용석(61.서울)씨는 "이문이 많이 나는 약을 조제하지 않을 지 걱정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들은 병원에서 약을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고 약의 성분과 복용방법을 알게 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기 환자의 보호자 송순자씨는 "그동안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병원 조제실에서 약이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렸었다" 며 "그러나 이제는 약국에서 바로 조제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됐다" 고 말했다.

정부는 8일까지 국립의료원에서, 9.10일은 ▶경기도 안산 안산제일병원.하나의원.안산성심병원▶경기도 군포보건소▶충북 옥천보건소에서 모의테스트를 계속한다.

정부는 오는 15일까지 모의테스트에 대한 분석.평가작업을 마치고 드러난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보완할 계획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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